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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평] 백 투 더 비기닝 - 멀미약이 필요한 시간여행물

페니웨이™ 2015. 6.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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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벌써 시간여행에 대한 저예산 영화 세 편을 접했다. 하나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타임 패러독스]였고, 또 하나는 [타임 랩스], 그리고 마이클 베이가 제작에 참여한 [백 투 더 비기닝]이다. 앞의 두 작품이 저예산 영화라는 한계 속에서 나름대로 클리셰를 탈피하려는 신선함이 돋보였다면 [백 투 더 비기닝]은 보다 더 기성품에 가깝다.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차용한 이 영화는 우연히 자신의 지하실 창고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연구하던 타임머신을 발견한 고등학생들이 시간여행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기존의 여러 시간여행 영화들에서 다뤘던 담론들을 파운드 푸티지라는 형식에 맞게 조립하다보니 울렁거리는 시각적 피로감에 더해져 한층 더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든다.

물론 이것이 논리 정연한 지적 유희의 결과 때문이라면 불만은 덜 하겠지만 두통의 가장 큰 요인은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무척이나 엉성하다는 것이다. 가령 타임머신 가동에 매우 중요한 수소 캡슐을 얻기 위해 학교 과학실 비밀번호 5자리를 단번에 조합하는 장면은 그저 애교일 뿐이다.

동 시간대에 분명히 존재해야 할 ‘또 다른 내’가 어쩔 땐 있고 어쩔 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크고 작은 논리적 오류는 시간여행물에서 매우 중요한 상식적인 일관성에 균열을 가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오류들을 '영화니까 그냥 넘어가'라며 노골적으로 관객에게 강요하는 태도다.

여전히 시간여행이란 소재는 매력적이지만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택한 페이크 다큐식 구성이 헛점투성이의 서사로 인해 오히려 효과를 반감시킨 꼴이다. 차라리 십대 소년이 겪는 미숙한 풋사랑의 불안감을 부각시켜 이 것을 시간여행의 중심 모티브로 삼았다면 오히려 매력적인 스토리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제작자인 마이클 베이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 영화의 깊이나 완성도에서 딱 기대한 만큼의 결과다.

P.S:

1. [백 투 더 비기닝]의 원제는 ‘프로젝트 알마넥’으로 시간여행 장치를 제작한 정부 측 비밀 프로젝트명인데, 아마 국내에서는 이를 [백 투 더 퓨쳐]를 연상시키는 제목으로 변경시키는게 흥행에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쨌거나 원제도 [백 투 더 퓨쳐 2]의 오마주이니 뭐…

2. 그나마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소피아 블랙 디엘리아의 미모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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