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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블로그에 기행문을 올리곤 했는데, 결혼 후엔 육아에 얽매여 내 맘대로 어딜 다녀오는 것이 불가능하다시피 하다보니 이런 글을 올린지도 어언 몇 년은 된 것 같다. 그러나 집필을 위한 자료 조사를 빙자하여 마눌님께 윤허를 얻어 수원에 위치한 문화공간 시현 추억박물관(이하 추억박물관)에 다녀올 기회를 갖게 되었다.

수원 화성행궁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은 고문서 수집 소장가로 알려진 조성만 관장이 설립한 사설 박물관으로 휴식을 위한 공간과 동시에 추억의 물품들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장소다. 평소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wolf3322)를 통해 어렵게 수집한 만화 원고를 올리신 터라 나도 언제 한 번 저 진귀한 자료들을 접할 길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차, 작년에 추억박물관을 개관해 전격적으로 일반에게 공개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추억의 만화영화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면서 아톰이니 그레이트 마징가니 하는 추억의 캐릭터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입구에 들어서자 진풍경이 펼쳐진다. 제법 적지 않은 공간에 빼곡히 들어찬 추억의 물건들이 그야말로 보물창고임을 실감케 한다. 로터리식 TV나 아이스깨끼 상자. 수십년도 더 지난 초창기 컴퓨터는 물론이고, 각종 포스터와 게임기 그 밖의 생활 자료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단연 만화원고다.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한권도 제대로 구하기가 어려운 요즘, 이곳에 전시된 만화는 출판본이 아닌 출판용 원고, 즉 오리지널 원본이다. 이 귀중한 자료가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이곳까지 왔는지 그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관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사연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알게 된 소중한 사실 하나는 바로 해적판으로 알려진 원고본의 제작 방식에 관한 것이다. 사실 알려진 것처럼 다이나믹 콩콩 레이블 중 일부는 일본의 만화를 거의 그대로 들여와 약간의 수정을 가미해 좌우 위치만 바꾸어 조판한 것으로 추측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실제 원고를 보니, 단순히 복사수준의 단순작업이 아니라 수정원고를 그린 작가가 거의 똑같이 따라 그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문고본 크기의 책자와 판형 자체가 틀린 것으로 보아 일본 작품을 확대 복사 한 후 이를 토대로 정교한 모사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세밀하게 덧칠된 먹선을 통해서 그 점을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원고본은 다시 네거티브 필름으로 찍어 이를 토대로 조판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네거티브 필름은 여러가지 보관상의 문제(필름은 시간이 흘러 달라붙는 성질이 있다)로 인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본이라도 남아있는 것이 천만 다행이라 하겠다.

 

 

이 박물관의 자랑 중 하나인 [로보트 태권브이와 로보트 캉가]의 원고본은 매우 희귀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하필 물에 젖은 채 곰팡이까지 슬어 가까스로 복원은 했지만 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비운의 원고본이기도 하다. 

 

원고본과 출판본을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다. 원고본의 가치는 물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귀하겠지만 저런 출판만화 자체도 요즘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의 손에 학살된 저런 만화들이 나중에 금덩어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다이나믹 콩콩코믹스 원고가 가장 많긴 하지만 다른 진귀한 작품들도 많다. 가령 향지서 버전의 [E.T 위기일발]은 수많은 [E.T]관련 만화들 가운데 하나로 최건 작가가 그린 작품이다.

 

 

[별나라 삼총사 호세와 마이크로 로보트]시리즈는 일본의 [미크로맨]에 [별나라 삼총사] 호세 캐릭터를 그려넣은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이 작품이 꽤 많은 시리즈를 발간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고본 외에도 출판본 만화도 상당히 많다. 요요코믹스는 거의 전질에 가깝게 보유하고 있고 [라이파이]로 유명한 산호 화백의 [피터링] 같은 희귀본 만화들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

 

 

 

 

 

 

일반인은 입장료 3천원에 음료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부담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인 듯 하다. 특히 옛날 만화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필견이다. 주소는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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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투머로우>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취재를 빙자...
    제 얘기 같네요.
    결혼 후 최근에 극장 가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써니 때였나, 설국열차 때였나...
    ㅜ.ㅜ

    2015.05.26 16:38 신고
  2.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 잘봤습니다. 유부당이라 혼자만의 외출 허락 받기 쉽지 않으셨을텐데...저도 뭐 친구들이랑 주말에
    약속 한번 하려면 한2주 전부터 온갖 로비(안마, 청소 등등 ㅠㅠ) 하느라 힘이 들지만요.
    신혼때 좋던 사이도 출산후 달라진 아내의 압박을 보고 있으면 "내가 속았다!"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이죠.
    뭐 평생 내마음대로 하고 싶은거 하고 살수는 없고 가장이란 인생의 무게도 결국 본인이 감당해야 할 일이니 ㅎㅎ 항상 힘내세요.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내 가족이 가장 소중한거니깐 ^^

    2015.05.30 11:58 신고
  3. 암흑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억이라...
    영혼기병 라젠카 이후로 언젠가 추억이 될 2000년대 한국 슈퍼로봇들의 칼럼이 어떨지?

    2015.06.06 20: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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