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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쉬 - 소년, 그 순수한 정의감에 대하여

페니웨이™ 2015. 5.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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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생계를 유지하는 '카타도르'의 이야기는 이미 빅 무니즈 감독의 [웨이스트 랜드]를 통해 소개된 바 있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최악의 노동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 짠하면서도 뭔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지요. 아마 많은 사람들은 [트래쉬]가 이와 비슷한 류의 세미 다큐적인 영화일거라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을 빗나가면서 한 소년이 손에 총을 들고 누군가를 겨냥한 가운데 옆에서는 방아쇠를 당기라고 소리치는 강렬한 오프닝으로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장르가 드라마가 아닌 스릴러라는 것을 관객에게 인지시키는 것이지요. 거물 정치인의 비리와 그 증거가 담긴 지갑, 이를 우연히 손에 쥔 소년들이 부패 경찰에 쫓기게 되면서 이야기는 숨쉴틈 없이 긴박하게 돌아갑니다.


여느 스릴러와는 달리 [트래쉬]는 소년들의 모험물, 다시말해 [구니스]류의 보물찾기 처럼 실마리를 풀면서 보물이 묻힌 곳에 다가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모험을 둘러싼 정황이 현실과 맞닿아 있기에 좀 더 쫄깃한 긴장감을 주는 편입니다.

ⓒ Working Title. All rights reserved.

 

앤디 멀리건의 동명 소설에 기초하고 있으나 원작이 필리핀 빠야따스 지역의 쓰레기 매립촌을 배경으로 하는 것에 반해 영화에서는 무대를 브라질로 옮겨 훨씬 더 생동감있고 설득력이 큰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시티 오브 갓]이나 [엘리트 스쿼드] 등에서 비춰진 브라질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 역시 매우 흥미진진하게 다가올겁니다. 빈민층 소년들의 참담한 삶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소년들의 우정 및 용기와 같은 미담이 듬뿍 들어가 있지만 자신들에게 당장 돌아오는 이익이 없음에도 단지 '그것이 옳은 일' 이기 때문에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순수한 의기(意氣)는 매우 주목할만 합니다.


옳은 것을 알지만 현실과 타협하기 위해 외면하는 세태와 그것을 용인하는 어른들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얼굴이 뜨끈해지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이처럼 영화적 재미 외에도 문제의식을 놓치 않는 부분에서 [트래쉬]는 웰메이드 스릴러의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결말이 작위적이고 동화스런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다소 불만이긴 합니다만 이만하면 뜻하지 않은 수작의 발견입니다.

P S.:

1.마틴 쉰, 루니 마라 같은 헐리우드 스타가 조연으로 탄탄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물론 주인공 3인방 소년들의 연기가 아주 훌륭하지만요. 아울러 [엘리트 스쿼드]의 와그너 모라도 잠깐이지만 중요한 역할로 출연합니다.


2.감독이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입니다. 이번에는 꽤나 직설적인 이분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더군요. 덕분에 이야기는 매우 명쾌합니다. 아역배우 조련의 기법은 이번에도 탁월하구요.


3.하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와 붙는 바람에 철저히 외면당하는게 참 웃프네요. 무려 '부패 정치인'에 맞서는 용감한 소년들의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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