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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 일본에서는 인간형 사이보그를 주인공으로 한 또 하나의 만화가 주목을 받게 된다. 바로 원작자 히라이 카즈마사와 만화가 구와타 지로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에이트맨]이다. 1963년 5월에 연재를 시작한 [에이트맨]은 그 해 11월부터 TV로 방영되어 [철완 아톰]에 필적할만한 히트를 기록한다.

어떤 얼굴로도 변신 가능한 인조피부, 투시능력을 가진 전자렌즈. 초음파를 감지하는 귀, 무엇보다 담배형 에너지 충전장치로 체내 원자로를 가동시키는 원리는 무척 파격적인 설정이었다. [에이트맨]은 [철완 아톰], [철인 28호]와 더불어 일본 만화계에서는 사이보그-로봇물의 선구적 작품으로 수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한국에서는 1976년부터 소년중앙에 김우영 작가가 [검은 독수리]란 제목으로 연재를 한 바 있으며 클로버문고에서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고, 이후에는 해적판으로 잠깐씩 나왔지만 정식으로는 한번도 발매된 적이 없다.

ⓒ 중앙일보사. All rights reserved.

한편 한국에서는 [검은 독수리]보다 먼저 이와 유사한 만화가 연재되고 있었다. 1975년 월간지 [새소년]의 부록만화에서 '길영'이란 작가의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개조인간 에스]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도 에이트맨과 비슷한 인간형 사이보그가 등장하는데, 만능형인 에이트맨과는 달리 이 작품의 주인공 사이보그는 어딘가 미덥잖고 번번히 부서지고 망가지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어린 나이에도 참 신기하게 본 기억이 있다.

우선 [개조인간 에스]의 내용은 이렇다. 기상 이변에 의해 전 세계에 모래 폭풍이 몰려와 도시는 모래에 파묻혀버리게 된다. 모래 폭풍을 멈추기 위해 정부에서는 시한 장치가 부착된 미사일을 발사하지만 폭파 전에 폭풍이 가라앉는다. 이에 정부의 폭발물 처리반이 모래 속에 처박힌 거대한 미사일의 뇌관을 제거하고자 현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때마침 주인공의 방사능 보호복이 훼손되는 바람에 본부로 돌아가고 다른 동료들이 작업을 재개하는 순간 미사일에서 나온 빛과 음파에 의해 의식을 잃고,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그들의 육체를 강탈한다.

ⓒ 중앙일보사. All rights reserved.

알고보니 모래 속에 묻혀있던 미사일은 외계 성인이 타고 온 거대 로봇의 팔부분이었고 침략자에게 정신을 빼앗긴 동료들에 의해 위기에 몰린 주인공은 어디선가 달려 온 개조인간 에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개조인간 에스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외계인의 침략에 대비해 오래전에 만들어 두었던 것으로 현 상황을 극복할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이 시기 다른 작품이 그러하듯 [개조인간 에스]는 세월의 흐르면서 기억속에서 희미해져 존재가 사라지는가 했는데, 얼마전 우연히 입수한 작품을 통해 단번에 그 정체를 알게 되었다. 킹코믹스 레이블로 발간된 80년대 후반 단행본 중에 서남국 작가의 [정의의 사자 로봇 캉타]. 표지만 봐서는 [그렌다이저]의 짝퉁인가 싶었는데 내용이 그 옛날 보았던 [개조인간 에스]와 너무나도 유사하다. 다만 캐릭터 디자인이 다를 뿐. 단순히 [개조인간 에스]를 [에이트맨]의 영향을 받은 국내작가의 아류작쯤으로 생각했던 기억에 의문이 생겼다.

ⓒ 동방서관. All rights reserved.

얼마 안 가 [개조인간 에스]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렸다. 1971년 9월부터 [소년 선데이]에 연재된 기타노 히데아키의 [사이보그 에이스 サイボーグエース]가 원작이었던 것이다. 기타노 히데아키는 무시 프로덕션 소속으로 [도로로]나 [오공의 대모험] 등에서 애니메이션 연출과 일러스트 등을 담당했던 작화감독 출신으로 [사이보그 에이스]는 그의 첫 주간지 연재 작품이기도 하다. 특이한 건 [사이보그 에이스]의 스토리 작가가 자크 라캉으로 되어 있는데, 프랑스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인 그가 만화의 스토리를 썼을 리는 만무하고 일본 내에서도 현재까지 이 자크 라캉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모양이다.

여튼 [에이트맨]으로 부터 8년 뒤에 나온 [사이보그 에이스]는 연재 당시에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연재 6개월만에 갑작스럽게 연재를 종료한 탓에 단행본으로 출시된 것도 2권 분량에 지나지 않으며 훗날 복간판이 나오질 않아 1970년대에 발간된 단행본이 오늘날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상당히 레어한 작품에 속하며 극소수의 마니아층외에는 일반에게 잘 회자되지 않는 작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이보그 에이스]의 주인공 사이보그는 일반적인 히어로 상과는 다소 동떨어진 캐릭터다. 첫 등장부터가 극적으로 연출과는 거리가 먼데, 저 멀리서 후다닥 달려오는 다소 모양빠지는 모습으로 짠하고 나타난다. 로봇의 몸에 인간의 뇌를 이식한 사이보그로 합리적인 계산과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냉정하게 행동하는 면이 있는데, 일례로 계산이 늦는다는 이유로 아기가 죽어가는데도 구출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소년 만화로서는 의외의 장면들이 자주 연출된다.

또한 등장 초반에 별 활약도 없는데 발이 녹아버린다거나 오른팔이 잘려나가는가 하면 몸통이 박살나 머리만 남는 등 역대 만화 속 히어로 중에서도 가장 수난을 당하는 캐릭터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번안본인 [정의의 사자 로봇 캉타]에서는 이러한 장면들이 모두 순화되거나 삭제되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개조인간 에스]판과 [정의의 사자 로봇 캉타]판 모두 원작의 완결분량을 담아내고 있지 않다. [개조인간 에스]의 마지막회는 팔이 잘려나간 에스가 다시 오른팔을 고쳐 외계인을 물리치는 장면에서 연재종료되었고, [정의의 사자 로봇 캉타]는 주인공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가 풀리는 장면에서 복수를 다짐하며 끝을 맺는다.

ⓒ 동방서관. All rights reserved.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마이너한 작품으로 남아 오늘날에는 그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작품이지만 모래속에 파묻힌 미사일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의 연출만큼은 평생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플라즈마 성인의 로봇이 요새이자 우주전함으로도 활용된다는 아이디어 역시 신선하다. 이처럼 거대한 스케일과 시대를 앞서나간 과감한 발상을 채 살리지 못한 채 연재가 급히 종료되었다는 점은 여러모로 아쉬움으로 남는다.

P.S: 기타노 히데아키는 훗날 마작 전문 만화가로 더 유명해졌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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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15.04.10 11:33
  2. marlow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소년중앙] 별책부록이였던 [검은 독수리]가 기억나는군요.
    (미술학원 선생님 집 화장실에서 본 기억이...)

    3~4년 후, 문방구에서 다른 판본으로 봤습니다.
    (당시 포켓사이즈 만화는 500원, 그보다 큰 판본은 1,000원이였습니다.)
    허영만씨가 그렸는 데, 어떤 대학생이 외계인이 만든 로봇에 세뇌당하고
    사이보그 주인공이 그 로봇을 물리친다는 내용이였습니다.
    특이하게도 악당 로봇이 에이트맨과 비슷한 디자인이였던 걸로 기억나네요.

    우리나라 대중문화 자료가 예전 것들은 거의 사라진 게 아쉽습니다.

    2015.04.10 16:28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잉? 허영만 만화중에 그런게 있었니요? 제목 좀 부탁드려요

      2015.04.13 10:12 신고
    • marlowe  댓글주소  수정/삭제

      딱 한 번 본거라 제목은 기억나지 않네요.
      악당 로봇은 텔레파시로 타인의 생각을 읽거나 조종할 수 있는 데,
      주인공은 에너지 흡수를 최대치를 넘길 때까지 놔둬서 자폭하게 합니다.
      죽어가면서 '자신은 외계인 과학자가 행성 파괴를 막기 위해 만들었는 데,
      임무 완수 후 폭발로 지구에 불시착했다'고 말하는 걸로 끝나요.

      허영만은 배트맨 표절만화도 그렸는 데, 여왕이 다스리는 지하왕국(?)에 가서 싸우는 내용이였습니다. 특이한 건, 배트맨 가면이 얼굴부분은 다 노출이 된 디자인이였지요. 표지에 생뚱맞게 고텐호(轟天號)가 삽입되어 있던 게 기억나네요.

      2015.04.13 13:54 신고
  3. 이준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우영 선생님은 소년중앙 말년에 Z 건담 무단 도용 만화+ 소설을 연재한 적도 있지요. 그야말로 그림 날림에 중간에 김우영식 개그가 나오기도 한 괴작이었습니다만- 당연히 소년지답게 몇몇 부분은 좀 원작을 훼손한경우도 있고

    2015.04.11 14:44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Z건담] 만화도 종종 나왔던게... 말씀하신 김우영 작가의 그것 말고도 펭킹코믹스에서 3권짜리로 발간된 고유철 작가의 만화도 있지요. 원작의 암울한 엔딩이 부담이었는지 무려 엔딩을 훗날 나온 극장판처럼 변용한게 나름 신기하지요... (먼 산..)

      2015.04.13 10:14 신고
  4. <투머로우>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페니웨이님 포스팅을 훑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는데,
    결혼 이후 포스팅이 불규칙해지신 탓에 생각 날 때 들르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에이트맨>은 초딩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500원짜리 보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어디 공연장(강연장?)에서였나요.
    담배형태로 된 강화제를 피워 두려는데 실내금연이라고 쫑크를 먹고
    피우지 못하는 바람에 힘이 빠지고 눈앞이 캄캄해져 임무에 실패했던 게 있었네요.

    그리고 짜장면 네 그릇은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캐릭터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일본 메밀국수(소바)를 로컬라이징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일본 문화 개방 이후 정발될 줄 알았는데, 이 작품은 결국 안 나오더군요.

    2015.04.13 17:25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드래곤볼] 이후에 암암리에 들어오던 해적판 시장에서도 [에이트맨]이 1권까진 나왔었는데 생각보다 안팔렸는지 2권은 안나오더라구요. 누군가 내주면 좋겠는데, 한국 시장은 신간 위주로 형성되어 있어서 요원한거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얼마전 데즈카 오사무의 걸작 나의 손오공 8권짜리 전질을 밀봉상태로 구했는데, 권당 3백원인가 줬습니다. 어지간히 안팔린 듯...

      2015.04.13 10:12 신고
  5. mundis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이트맨은 드래곤볼 해적판을 사면 드래곤볼의 연재 속도를 못따라오니 반을 나눠 뒷쪽부터 연재하던게 생각이 나네요. 아마 이것도 다 연재가 안되고 캡틴 츠바사를 연재 하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대학생되고 나서 드래곤볼 보단 술, 여자에 관심을 더 가져서 그뒤로 뭐 해적판을 사볼일이 없어서... ^^

    2015.04.16 02:41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러모로 반쪽짜리 취급을 받았군요. ㅠㅠ 하긴 그 당시 포켓사이즈 해적판에는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드래곤볼의 반쪽으로 붙어있었죠. [시티헌터]나 [공작왕] 등등...

      2015.04.17 10:14 신고
  6. 헬몬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에이트맨은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당시 드래곤 볼 해적판 작은 거에 작게 나오던 걸 보고
    대체 이거 언제적 거야? 무지 재미없네....너무 유치해...당시 반 아이들이 많이 그랬어요

    나중에서야 거의 50년대 만화라는 걸 알고 헉;;

    2015.05.05 12: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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