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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제가 쓸데없는 짓을 좀 잘 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제 때에 출시해주지 않는 국내 소비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접 소비자가 생산자의 입장이 되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가령 언젠가 만들었던 복원판 [독수리 5형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참조: http://pennyway.net/1774)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판권이나 여러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출시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의지의 문제라고 봅니다. 수익성과 의무감 사이에서 수익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는 업계의 실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나마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 발굴된 고전 한국영화 DVD를 속속 출시하고는 있지만 애니메이션쪽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미디어 포맷이 DVD에서 블루레이로 넘어온게 벌써 몇년 전인데 아직도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 블루레이로 발매된 건 불완전한 소스의 [황금날개 123]를 포함해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하다못해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로보트 태권브이] 조차 블루레이로는 전혀 발매될 생각을 안 하고 있지요.

최초의 국산 애니메이션 블루레이 [황금날개 123]. 필름소스를 사용했지만 불완전한 원본의 한계로 퀄리티가 떨어지는 불운의 블루레이다. 결국 제작사는 이 작품을 끝으로 폐업했다.

10년넘게 로보트 태권브이 4부작 박스셋을 기다려 온 저로서는 이제 지칠대로 지쳐서 그냥 나만의 소장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소스의 한계로 블루레이를 기대할 순 없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소스를 골라모아 좀 더 나은 판본의 DVD를 소장하기로요.

오늘 그 첫 시간으로 [로보트 태권브이] 1편 완전판 DVD를 만들어봤습니다. 사실 비트윈판 DVD를 생각하면 악몽이 떠오르긴 해도 [로보트 태권브이]는 2007년 리마스터링 에디션이 나와 있어서 소장용 판본으로는 비교적 완성도가 괜찮은 편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소장가들은 이 판본을 소장하고 계시겠지요.

리마스터링판 [로보트 태권브이 L.E] 현제까지 출시된 판본 중 가장 상품성이 우수한 제품이다.

두 판본의 차이는 리마스터링 전 후의 화질 차이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리마스터링 판이 담고 있는 정보의 양이 훨씬 더 많다는게 핵심입니다. 즉, 가급적 삭제가 덜 된 판본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리마스터링 버전에도 엄연한 아쉬움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오리지널 오프닝이 아닌 지방 상영용 프린트의 오프닝을 담고 있다는 것, 오리지널 엔딩이 삭제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깡통이 등장하는 몇몇 씬이 삭제되어 있다는 것 등입니다.

리마스터링판의 오프닝. 오리지널이 아니라 지방 재개봉용 프린트를 사용했다. ⓒ (주) 로보트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거의 국책사업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대대적인 투자와 홍보가 이뤄진 [로보트 태권브이]의 복원작업은 비록 잊혀질 뻔 했던 한국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을 만족할만한 상태로 회복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한 편으로는 애초의 기획 자체가 '완전판'을 만들겠다는 의도보다는 기존에 있던 소스를 가지고 적당히 마무리해 보자는 의도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언젠가 지적했듯이 (http://pennyway.net/1747) 개인이 오리지널 오프닝을 구할 수 있을 정도였다면 -물론 비디오 소스와 필름 소스 사이엔 명백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은 사명을 가지고 좀 더 완전한 소스를 찾기 위해 힘썼어야 했을 겁니다.

여튼 뭔가 좀 만족스런 판본을 만들려고 리마스터링 소스를 기본으로 하되 몇몇 부분을 보강해 새로운 판본을 만들었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 완전판을 만들면서 복원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부분은 전적으로 익명의 '이웃 블로거'께서 기꺼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1.오리지널 오프닝과 엔딩. 비록 화질과 색감은 리마스터링판과 확연한 차이가 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기 위해 리마스터링 에디션에서 교체.

[로보트 태권브이]의 오리지널 오프닝 ⓒ (주) 로보트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로보트 태권브이]의 오리지널 엔딩. 리마스터링판에서는 이 부분이 삭제되고 대신 엔딩 스크롤로 대체되었다. ⓒ (주) 로보트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2.삭제 장면 복원. 깡통의 첫 등장에서부터 깡통이 메리와 대결하는 장면, 그리고 김박사가 훈이를 불러내어 메리가 의심스럽다고 말하는 장면까지 꽤 긴 시퀀스입니다. 국내에서는 비트윈판을 비롯, 리마스터링판에서도 몽땅 시원하게 날려버린 장면인데, 살짝 곁길로 새자면 과연 리마스터링에 사용한 필름 소스가 무엇이길래 -영진위에서 기적처럼 찾아냈다는 필름이라는게 오피셜이긴 하지만요- 비트윈판과 공교롭게도 동일한 부분이 날아가 있는가 하는 미스터리를 낳게 한 대목입니다. 이건 뭐 누군가 밝혀주시겠지요.

어쨌든 이 부분은 우선 보존상태가 양호한 미국의 '볼타판' 소스를 사용해 영상의 색감을 조절하여 기존 리마스터링 판에 삽입했는데 문제는 사운드였죠. 물론 리마스터링 판의 오리지널 사운드 소스 역시 중간중간 묵음처리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해당 삭제 장면은 러닝타임이 꽤 긴지라 몽땅 묵음으로 처리하기엔 곤란했습니다.

기존의 모든 [로보트 태권브이] 판본에서 삭제된 장면. ⓒ (주) 로보트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그래서 사용한 것이 [로보트 태권브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삽입된 육성 드라마의 사운드 소스. 비록 애니메이션판의 성우와는 다른 성우가 녹음을 했지만 천만다행스럽게도 삭제되었던 분량만큼의 내용이 모두 녹음되어 있어서 이를 추출해 볼타판 소스에 입혔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맛보기 동영상을 아래에서 확인해 보시길...

 

 ⓒ (주) 로보트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이렇게 아쉬웠던 부분을 보강한 복원판이 나오니 나머지는 패키지를 구성하는 일이 되겠지요. 원래는 비트윈판이나 리마스터링판의 메뉴 구성을 그대로 사용하려 했습니다만 제가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오소링에서 자꾸 에러가 발생하더군요. 할 수 없이 메뉴 화면을 새로 작업해 오소링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운드는 2AUDIO로 하나는 리마스터링판에서 새로 더빙한 음성, 그리고 하나는 오리지널 음성입니다. 두 개 모두 복원시킨 부분의 사운드가 추가로 들어가 있습니다. 

라벨 디자인은 lennono님께서 작업하신 재개봉판 일러스트를 활용했습니다.

 

illustrated by lennono.

 

표지 역시 lennono님의 재개봉판 일러스트를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오리지널 포스터가 아니라 다른 일러스트를 사용한 이유는 해외의 경우에도 이런 상품화 과정에서 표지를 모두 리파인하는 추세더군요. 문제는 이걸 DVD 사이즈로 할까 아니면 블루레이 사이즈로 할까 망설이다가 과감하게 블루레이 사이즈의 표지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특히 전면 표지에는 김청기 감독님의 사인을 넣어 한정판의 느낌이 나도록 구성했습니다.

illustrated by lennono.

이렇게 해서 하나 완성.

만들고 나니  나름 뽀대가 납니다. 이제 하나씩 채워 넣으면 꿈에 그리던 태권브이 4부작 박스셋이 완성되겠지요. 다음은 [로보트 태권브이: 우주작전]편이 되겠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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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15.01.30 10:5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분양은 좀 어렵습니다. 디지털 세대에 있어서 공유의 위험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관계로...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현실이라 양해바랍니다.

      2015.01.30 10:57 신고
  2. 맥퓨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대의 아픔이 있는 작품이지만 의미있는 작업이네요.
    저도 어릴 때 추억 때문에 태권브이 리마스터링판을 사서 보관하고 있는데 박스셋 기대됩니다. :)

    2015.01.30 11:01 신고
  3. 채희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알겠습니다. ^^
    혹시라도 상용화된다면 꼭 구매하고 싶네요.
    신철대표님께 청탁을 함 넣어볼까요?

    2015.01.30 12:31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신씨네 측은 판권수익에만 관심이 있을겁니다. 실제 상용화해서 돈 벌 생각이라면 진작 시행했겠죠. 생각보다 태권브이 수요가 많지않고, 만들었다가 재고라도 쌓이면 더 골치니 차라리 판권으로 저작권료를 챙기는게 더 짭잘하다고 보는 것이겠지요.

      솔직히 태권브이 리마스터링 DVD 정도만 되면 꽤 성의있는 패키징이라고 보는데 이것마저도 안팔려서 할인하는거 보고 적잖이 충격받았더랬습니다. ㅠㅠ

      2015.01.30 12:34 신고
  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5.01.30 13:0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혹시 직접 참여하신건가요? 그렇담 몇가지 여쭙고 싶은 것도 있긴 한데...

      일단 말씀하신 기존 출시본이 비트윈판이라는 걸 전제로 말씀드리자면 공교롭게도 비트윈판과 리마스터링판에서 가장 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이 상당수 일치한다는 점을 아시는지요. 소위 '복원판' 프로젝트 의 기준점을 불완전의 극치였던 비트윈판에 두고 작업했다는 것도 저로선 납득이 안갑니다만... 차라리 극의 흐름이나 순서 등을 참고하려 했다면 딴지판이라든가 볼타판이라든가 보다 온전한 상태의 참고자료가 많았을텐데 말입니다.

      2015.01.30 13:35 신고
  5. 잠본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훌륭한 작업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5.01.30 13:44 신고
  6.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느끼지만 이런 작업까지 하시는걸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2015.01.30 16:15 신고
  7.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저… 저 복원 장면은…!!!!!

    2015.01.30 17:34 신고
  8. 김효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0년 넘게 태권브이 팬으로 살면서도 아직 2편 우주작전을 본적이 없다는 슬픈현실은..... 한 20년이 더 지나서 60세 쯤 되면 볼 수 있으려나요?

    2015.02.02 09:04 신고
  9. <투머로우>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 1980년대 중후반에 저희 집에 <어린이 왕국>이라는 카세트테잎 셋트가 있었는데
    거기 <로보트 태권 V>가 있었어요.
    (물론 전래동화, 동요, 만화 주제가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 목소리 그대로네요. 영화판에서 음성만 추출한 건지...
    그나저나 대사 한 번 손발 오글거리네요~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포스팅 감사합니다.

    2015.02.03 09:39 신고
  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5.02.09 15:37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담 참고로 한 레퍼런스가 비트윈 DVD라는 얘긴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실무자로부터 이 얘길 듣는건 첨이라서요.

      이게 꽤 국가적인(?) 프로젝트라 나름 전문가의 조언이나 고증이 많이 들어갔을거라는 기대와는 애당초 먼 방향으로 진행되었군요.

      말씀대로라면 복원 과정에서 비트윈에 없는 장면이라면 아예 복원할 생각을 안하고 진행되었다는 건데.. 그렇담 왜 리마스터링 에디션이 불완전한 상태였는지 이제 이해가 좀 가네요. ^^

      2015.02.09 15:58 신고
  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5.02.11 15:48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색보정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 복원에는 크게 신경을 안 쓴 거 같아 아쉽네요. 하다못해 동호회 회원 몇명만 불러놓고 자문을 구했다면...

      2015.02.13 09: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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