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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 구분을 위해 일본 오리지널판은 [고지라]로 헐리우드 리메이크 및 리부트판은 [고질라]로 표기함.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혼다 이시로 감독의 [고지라]가 뛰어난 이유는 시대를 앞서 간 기술력이나 거대 괴수의 로망을 실현시킨 최초의 영화이기 때문일까? [고지라]가 일본이 원폭 투하를 경험하고 패전한 지 불과 9년만에 나온 영화라는 점에 주목하자. 아직 원폭 트라우마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일본인들은 [고지라]가 나온 그 해에 또 한번의 악몽을 겪게 된다. 바로 '제5 후쿠류마루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1954년 미국은 마셜제도에 위치한 비키니 섬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감행했다. 이 실험의 영향으로 비키니 섬으로부터 북동쪽 100마일 거리에 있던 일본 어선 제5 후쿠류마루가 방사능에 피폭되어 선원 모두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영화 제작자인 타나카 토모유키는 이 사건을 통해 원자력에 대한 일본인들의 공포심을 재확인하게 되었고, 혼다 이시로와 함께 강대국들의 핵실험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괴수영화의 제작에 착수했다. 그것이 [고지라]다.

ⓒ Toho Film (Eiga) Co. Ltd. All rights reserved.

비록 쇼와 시리즈의 vs.버전과 헤이세이 시리즈, 밀레니엄 시리즈 등으로 이어지며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가긴 했지만 헐리우드의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나 B급 장르물의 영역에 있던 괴수물 속에 원자력의 사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남아낸 [고지라]의 의미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가치가 있다. 롤랜드 에머리히가 만든 -리메이크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리메이크작 [고질라](1998)의 실망감은 원조 [고지라]에 대한 이해 부족과 작품이 담고 있던 정서의 현대적인 재해석에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리부트판 [고질라]의 메가폰을 잡은 가렛 에드워즈는 반세기전 [고지라]가 담고 있던 핵심적인 요소들을 고스란히 끌어 안는다. 우선 영화의 시작을 보자. 기록 영상의 편집 화면을 통해 음모론을 제시하는 오프닝에서 [고질라]는 원조 [고지라]의 모티브가 되었던 비키니섬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되돌아간다. 실험을 빙자한 그 사건에는 진짜 이유가 있었다는 그럴싸한 가설을 토대로 흥미로운 재해석이 시도되는 순간인 것이다. 여기에 근래들어 가장 위험한 원전 사고였던 후쿠시마 사태가 오버랩 되면서 이 새로운 [고질라]는 21세기 버전의 완벽한 리메이크로서 자리잡는다.

ⓒ Warner Bros.,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 뿐만이 아니다. 영화 [고질라]가 오리지널판의 배경인 일본에서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괴수의 흔적들을 추적하는 일본인 이시로 세리자와 박사는 [고지라]에서 옥시즌 디스트로이어를 만든 세리자와 다이스케 박사와 혼다 이시로 감독에 대한 오마주다. 모스라에 대한 떡밥이나 방사능 화염(브래스 파이어) 등 2014년판 [고질라]는 원작에 대한 헌사들로 가득하다.

ⓒ Warner Bros.,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러한 [고질라]의 특징은 그간 롤랜드 애머리히 버전에 실망했던 관객들, 특히 [고지라]의 올드팬들에게 환호성을 지를만큼 뛰어난 장점이지만 오히려 관점을 달리 한 관객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실 [고질라]는 올 해 개봉한 그 어떤 작품보다도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던 영화다. 일례로 작년에 개봉한 [퍼시픽 림]의 경우 과감한 액션 장면과 눈요기로 시종일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 반면 [고질라]는 절제와 생략의 미학을 택했다. 무토와 고질라가 한바탕 대결을 벌이려는 순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버리는 식의 연출은 거대 괴수들의 육박전이 러닝타임 내내 펼쳐지길 원했던 관객들에게 심심하게 와 닿았을 법도 하다.

ⓒ Warner Bros.,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특히 [고질라]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화면에 비춰지는 괴수의 비중이 고질라가 아닌 무토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은 일부 관객들에게 꽤나 불만스러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점은 [고지라] 3편부터 이어진 vs.버전의 경우 대부분 고지라보다는 고지라의 상대 괴수에게 보다 큰 비중을 두는 패턴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이는 최초의 [고지라]와 더불어 이후의 전통 모두를 담아내려 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계산에서 나온 연출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 Warner Bros.,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분명 고질라는 대중적인 취향에 맞게 정형화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단순히 괴수의 출연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모든 사건의 원인은 인간이 만들어 낸 인재라는 사실과 이러한 재앙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이 대자연의 섭리인 고질라의 활약을 목도하는 드라마에 가깝다는 점에서 괴수물 장르의 탈을 쓴 재난영화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 결과물을 놓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탄생 60주년을 맞이한 진짜 고지라의 귀환, 이것만으로도 [고질라]는 가슴 설레이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 Warner Bros.,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아리 알렉사 카메라로 촬영된 [고질라]는 괴수영화로서 드물게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인 만큼 사실적이면서 현장감이 두드러지는 화면을 보여준다. 가령 괴수가 한바탕 휩쓸고 간 황폐화 된 도심의 풍경같은 부분은 매우 디테일하게 표현되고 있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특정 필터를 사용해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드는 화면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렇게 장면마다 감독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화사한 색상을 강조하기 보다는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에 충실하기 때문에 본 작품의 성격을 감안하면 영화 감상에는 최적화된 상태의 영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본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 Warner Bros.,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사운드 스펙은 당초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DTS-HD MA 7.1을 채택했다. 채널별 분리도나 베이스 및 디테일한 사운드의 표현력까지 모든 부문에서 만족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나 주위의 소음이 차단된 가운데 거친 숨소리만이 감도는 헤일로 점프씬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정적인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명장면으로 사운드 디자인과 비주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장관을 연출한다.

▽원본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 Warner Bros.,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약 1시간 분량의 영상을 담은 스페셜 피쳐는 크게 "MONARCH: Declassified"와 "The Legendary Godzilla"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MONARCH: Declassified"는 고질라를 발견하고 추적하는 기밀 프로젝트 모나크의 비공개 파일을 담은 일종의 페이크 다큐로서 세 개의 파트로 분류되어 있다. “Operation: Lucky Dragon”은 고질라를 봉인하기 위한 위장 핵실험 계획을 소개하고 있는데, 세간에 알려진 비키니섬의 핵실험이 실은 ‘럭키 드래곤’ 작전이었다는 가상의 음모론이다.

ⓒ Warner Bros.,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MONARCH: The M.U.T.O. File”은 인류가 거대 괴수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부터 고질라의 봉인, 무토 유충의 발견 및 연구과정에 대한 요약이며, “The Godzilla Revelation”은 무토의 각성 이후 고질라가 이를 격퇴하기까지 일련의 사태를 정리한 영상물이다.

ⓒ Warner Bros.,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주로 [고질라]의 제작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을 엮어 놓은 "The Legendary Godzilla"는 총 네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18분짜리 영상인 “Godzilla, A Force of Nature!“가 볼만한데, 가렛 에드워드 감독을 비롯한 스텝과 배우들이 기억하는 [고지라]의 추억담과 함께 고질라라는 괴수를 이번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구상 등이 담겨져 있다. 이들이 만들려했던 [고질라]의 비전과 목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 Warner Bros.,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그 외에도 압도적인 파괴장면 촬영에 관한 “A Whole New Level Of Destruction“, 가장 미학적 완성도가 높았던 헤일로 점프씬의 메이킹 영상인 “Into The Void: The H.A.L.O. Jump”, 고질라의 천적 무토에 대한 부가해설이 들어있는 “Ancient Enemy: The M.U.T.O.s”등도 꼭 감상하도록 하자. 안타깝게도 극장에서 삭제된 [고지라] 시리즈의 단골배우 타카라다 아키라의 까메오 출연 장면은 이번 블루레이에서도 수록되지 않았다.

팬심의 과잉이 오히려 일반 관객층을 외면하게 된 부작용을 낳긴 했을지언정 원작의 세계관에 충실한 [고질라]를 기다린 관객에게 있어 이번 리부트는 성공적인 출발이다. 괴수와 인간의 드라마로 이원화된 스토리 구조는 다소 엉성해보이고 때론 유치하지만 슈트메이션으로 촬영된 5,60년대 괴수물을 연상시키듯 단점까지도 고스란히 흡수한 [고질라]는 원래의 ‘고지라’로 돌아가고자하는 제작진의 우직한 뚝심이 느껴지는 영화다. 영화 본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거대 괴수가 선사하는 압도적인 중량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본 블루레이 타이틀의 AV적인 완성도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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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고질라 - 8점
가레스 에드워즈 감독, 브라이언 크랜스톤 외 출연/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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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기대하고 본거에 비해선 밋밋한 넘 이였지만 간만에 본 괴수물이였습니다.
    솔직히 고지라 영화 매니아가 아니면 이작품은 흥행하기 힘든점이 많아서
    국내에선 영 흥행은 별로 였지만 북미에선 제법 흥행했다던데...고도 비만인 이녀석 후속작이 등장할런지 기대됩니다,
    괴수물 매니아인 저도 요번 고지라 블루레이 질렀습니다. ㅎㅎㅎ

    2014.10.07 22:0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괴수물 마니아들에겐 극찬을, 반면 일반 관객에는 비난을 받은 작품이죠. 아이러니하게도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는게....

      속편에는 아시다시피 모스라의 등장이 확실시되고 킹기도라도 나온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2014.10.08 09:49 신고
  2.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토리는 좀 아쉽게 느껴진 영화였는데, 과거 이구아나 생각하면 이건 정말 명작입니다.
    후속작도 잘 나와줬음 하는데 말이죠. 아, 살도 좀 빠져서 돌아오면 좋구요.
    이번에는 너무 통통해서 ^^;;;

    2014.10.08 19:39 신고
  3. spacemag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고질라 블루레이를 샀는데 밝기가 너무 어둡더라구요.
    극장에서 봤을때랑은 달리 극중 시간대가 밤이면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네요.
    제 블루레이만 그런건지...

    2014.10.14 01:00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외 사이트에서도 [고질라] BD의 밝기에 대해 지적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건 사실 [고질라]라는 영화 자체의 영상 의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즉, 극장이라는 환경(완전한 암흑상태에서의 상영환경)에 최적화 되어있는 화면밝기가 가정에도 적합하다고는 보기 어려운거죠. 간혹 이런 경우 밝기를 임의적으로 조정하는 케이스가 있는데, 이른바 암부노이즈가 발생하게 되어 '화질이 구리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최근의 [설국열차]가 그 꼴이 났지요.

      쉽게 말해 [고질라]의 어두운 화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재생할 수 있는 가정내의 환경이 워낙 천차만별이다보니 대다수 완전한 암막상태에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유저들은 어둡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아마 제작사에서 추후 확장판을 낼 때에는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좀 할 듯 합니다.

      2014.10.14 13:26 신고
  4. spacemag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제가 없다니 다행이네요~ 답변 고맙습니다.

    2014.10.14 12: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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