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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버: 기억전달자 - 완벽한 평등을 이룬 세상은 과연 행복할까

페니웨이™ 2014. 9.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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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히어로물과 더불어 헐리우드 영화계의 또다른 흐름 중 하나는 영 어덜트물입니다. 주로 원작이 있는 SF/판타지 장르로 젊은 관객층을 공략하는 작품들이죠. [헝거 게임] 시리즈를 비롯해 [다이버전트], [호스트], [메이즈 러너] 같은 작품들이 이런 부류에 속합니다.

[트와일라잇]이나 [헝거 게임]은 꽤 성공적인 프렌차이즈로 자리잡았지만 사실 이 작품들을 포함한 영 어덜트물은 국내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주 공략층의 정서 차이도 그렇겠지만 일반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는 영 어덜트 영화 특유의 심심하고 가벼운 느낌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게 문제겠죠.

로이스 로우리의 원작을 영화화한 [더 기버: 기억전달자]도 이러한 영 어덜트물로 기획된 영화입니다. 미국에서는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 수상작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만큼 영화 또한 거의 이슈화되지 못했지요. 그런데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를 끌만한 구석이 제법 있습니다.

우선 출연진이 막강합니다. 연기파 배우의 대명사 메릴 스트립과 제프 브리지스, 그리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케이티 홈즈, 테일러 스위프트 등 익숙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지요. 여기에 감독은 [패트리어트 게임] 이후로 꾸준히 중박 이상의 오락영화를 만들어 온 필립 노이스입니다. 이쯤되면 영화의 구성원 자체는 꽤 쓸만해 보이지 않습니까?

줄거리도 흥미롭습니다. 부제인 ‘기억전달자’만 놓고 보면 마치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코드명 J]의 정보밀사를 연상시키지만 이 영화에서의 기억전달자는 역사와 문명 등 말 그대로 모든 인류의 기억을 전 세대에서 후 세대로 전달해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러한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영화의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더 기버]는 전쟁으로 인한 대재앙 이후 인류의 자유의지가 통제된 극단적인 시스템이 자리잡은 세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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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인류는 무척 평화로운 듯이 보여도 감정과 의지가 모두 상실된 채 살아갑니다. 혈육의 의미도 없으며 자신의 직업이나 미래를 선택할 권리도 없지요. 주인공인 조너스는 원로회로부터 차기 기억보유자로 선택되어 기억전달자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전수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임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에게서 고통이나 차별, 선택권을 모두 빼앗아 완벽한 평등을 이룬 시스템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한 담론은 [더 기버]에서만 다루어진 건 아닙니다. 앤드류 니콜 감독의 [가타카]나 [이퀄리블리엄], [다이버전트] 같은 작품들에서 수 차례 다루었던 소재이지요. 다만 [더 기버]에서는 장르영화의 범주에서 이러한 점들을 다루기 보다는 은유와 언어적 영상기법으로 관객에게 다가갑니다. 특히 흑백에서 조금씩 컬러로 전환되는 색체의 사용은 상당히 효과적이며 미학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반면에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영 어덜트 영화의 뜨끗미지근한 경향이 [더 기버]에서도 느껴집니다. 영화 자체는 무척 단조롭고 밍밍한, 음식으로 치자면 소금끼 없는 된장찌게를 먹는 느낌이랄까요. 덕분에 명배우들의 포스가 드러날만한 장면 연출은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가 모든 감정이 절제된 세계관과 연관된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관객은 뭔가 쪼이는 맛이 있는 영화를 더 선호하는 법이지요.

하지만 오락적인 부면이나 SF 장르로서의 기대치를 무시하고 본다면 [더 기버]는 준수한 편입니다. 오히려 허세만 잔뜩 들어가거나 오글거리는 연애질로 도배된 영 어덜트물에 비해 [더 기버]는 ‘환상특급’의 한 에피소드를 보듯 짧은 단막극 스타일의 잔잔한 울림을 주는 영화입니다.

 

P.S: 여담이지만 암만 생각해도 케이티 홈즈는 왜 [다크 나이트]를 거절한 걸까요? 그녀가 이후 행보를 보면 도무지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영화라곤 찾을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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