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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하록 - 허세와 망상에 사로잡힌 아나키스트

페니웨이™ 2014. 3. 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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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 및 그 밖의 그래픽노블과 코믹스를 닥치는대로 영화화하는 헐리우드에 질새라 이에 못지 않은 막강한 콘텐츠를 지닌 일본에서도 이제는 레전드라고 불려도 좋을 인기 애니메이션들, 이를테면 [신조인간 캐산]나 [데빌맨]. [얏타맨], [철인 28호] 같은 작품들을 꾸준히 실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습니까. 이 모든 노력들이 하나같이 망작인 것을. 갈 수록 승승장구하는 마블 계열의 히어로 무비나 툭 하고 튀어나온 [다크 나이트] 삼부작과 비교할 수 조차 없는 그런 작품들로 원작의 이름이 더렵혀지고 있단 말이죠.

마츠모토 레이지의 야심작 [우주해적 캡틴 하록] 또한 2008년에 1억 달러짜리 실사판 프로젝트로 일본과 한국, 미국의 합작형식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자인 레이자가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제작을 진행했다며 발끈하는 바람에 국제적인 망신을 사게 되었죠. 뭐 원작자 입장에선 자신의 작품이 어정쩡한 상술때문에 난도질당하는걸 눈뜨고 봐줄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 Toei Animation Company. All rights reserved.

그래서 일까요? 토에이에서 직접 실사판이 아니라 CG 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잡은 건 아무래도 이 분야만큼은 일본의 기술력이 헐리우드에 밀리지 않는 영역일테니 말이죠. [파이널 판타지]로 기세좋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시원하게 말아 잡수긴 했어도 머리카락 한올 한올에 얼굴의 기미까지 표현한 기술력만큼은 인정할만하지 않습니까?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캡틴 하록]은 지구로 돌아가려는 우주 이민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지구 연방과의 대전인 '컴홈전쟁' (분명 자막에는 '홈 커밍'인데...)이 끝나고 100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구는 접근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으로 지정되어있고, 100년전에 지구 연방을 위협했던 숙적 하록은 여전히 우주를 배회하며 지구의 원로들로 구성된 가이아 위원회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죠. 이에 가이아 위원회는 아르카디아호에 첩자를 심어놓아 하록을 제거하려 합니다. 100년이라는 세월동안 늙지 않는 하록과 불가침 영역인 지구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첩자로 승선한 야마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 Toei Animation Company. All rights reserved.

CG로 재탄생한 [캡틴 하록]은 스스로를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TV판의 설정인 이른바 '레이지 버스'와 분리시킵니다. 원작에서의 주요 갈등인 마존과의 대결은 빠져있고, 대신 지구로 돌아가려는 하록과 이를 막으려는 지구연방과의 싸움이 영화의 핵심 내용이죠. 아르카디아호의 메인 컴퓨터에 이식된 토치로의 사연도 변형되었고, 당연히 에메랄데스도, 마유도 그 밖에 레이지버스를 연결하는 어떠한 캐릭터나 설정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1회성 관객에게는 간결해서 좋을지 몰라도 하록의 오랜 팬들이라면 꽤나 분개할만한 일입니다.

하긴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캡틴 하록]의 짜임새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일본 특유의 허세가 잔뜩 들어간 슬로우 모션과 현란한 화면빨로 작품을 도배하다시피 하지만 이를 받쳐주는 스토리나 개연성이 부실하다보니 마치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의 동영상을 이어붙인 느낌이 들지요.

ⓒ Toei Animation Company. All rights reserved.

여기에 선문답스런 대사의 남발로 인해 어른들을 위한 작품도 아이들을 위한 작품도 아닌, 타겟이 어정쩡한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만 단점이 꽤 많은 작품임에도 기술적인 완성도만큼은 괜찮습니다. 어찌되었건 3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만큼 스케일이나 비주얼적인 쾌감은 우수하니까요.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트렌드인 다크 히어로물에 걸맞는 하록의 캐릭터를 낭비한 건 정말 아쉽습니다. 이 모든 사단이 그저 죄책감에 사로잡힌 허세남의 망상과 속죄의 여정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의 허탈함이란... '나의... 하록은... 이렇지... 않아' 라는 중얼거림이 절로 나오더군요. 한가지 위안이라면 실사 배우들이 코스프레 놀이를 펼치는 것보다는 그나마 미형의 캐릭터로 리모델링 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보는 게 조금 더 낫다는 정도일까나요. (따..딱히 케이의 서비스씬을 두고 말하는건 아닙니다 -_-;;;)

P.S:


1.무려 '제임스 카메론이 극찬한 영화'라는데 도대체 카메론이 어느 자리에서 무엇 때문에 그렇게 칭찬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더군요. 그냥 이런건 카더라 통신 이상의 의미는 없는 듯.

2.류승룡의 더빙에 대해 말이 좀 많던데 뭐 배우들의 성우 더빙 논란이 하루 이틀은 아닙니다만... TBC 시절의 하록 성우는 기억이 잘 안나고,  [은하철도 999] 극장판의 성우는 신성호씨인데, 내심 이분이라도 캐스팅 되길 바랬습니다. 뭐 일본에서도 오구리 슌이 하록을 맡았으니 제작진도 애초에 성우쪽으로는 오리지널리티를 살릴 생각이 별로 없었나 봐요.

3.역시 이런 CG 애니메이션 계통에서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는 [파이널 판타지 7 AC]인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허세작렬 비주얼와 선문답 대사들로 점철되어 있지만 팬심에 충실하고, 무엇보다 작품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단 말이죠.

4.한국에서는 얄궃게도 [독수리 오형제] 실사판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었더군요.... 이건 괴작열전으로....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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