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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딕 - 심심한 1편의 동어반복

영화/ㄹ 2013.12.23 09:00 Posted by 페니웨이™

 

 

 

 

저예산 B급 크리처물에서 액션 블록버스터로 급작스런 장르변신을 꾀했다가 실패했던 리딕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리딕처럼 안티히어로의 회색 아이덴티티를 찰지게 표현한 캐릭터도 드뭅니다. 전작인 [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에서 제2의 [코난]이라도 만들 기세로 덤벼들었던 감독의 과욕 덕택에 심하게 삐걱거리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묻어버리기엔 너무 아깝지요.

어차피 [분노의 질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빈 디젤에게도 리딕은 여전히 효용가치가 남아있는 프렌차이즈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빈 디젤이 아예 발벗고 제작자로 나서며 개런티까지 자진 삭감한 [리딕]은 배우나 감독에게 있어 절박함이 묻어나는 영화입니다. 1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였던 전편과는 달리 [리딕]은 거품을 잔뜩 뺀 38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습니다. 2300만 달러를 들인 1편 [에이리언 2020]에 비하면야 많은 금액이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의 인플레를 감안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전작에서 네크로몬거의 통치자로 거듭난 리딕은 무료한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의 모성인 퓨리온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바코(칼 어번 분)의 계략에 빠져 이름모를 행성에 버려지게 됩니다. 평온한 왕좌의 생활에 익숙해있던 리딕은 다시금 척박함과 괴수들의 위협이 도사리는 무인 행성에서 잊혀진 자신의 야성을 일깨우게 되지요. 이제 만반의 준비를 갖춘 리딕은 현상금 사냥꾼을 유인, 기회를 틈타 행성을 탈출할 계획을 세웁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2편 사이의 장르적 괴리감이 워낙 큰 작품이다보니 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데이빗 토히 감독은 (어이없게) 통치자가 되어버린 리딕을 1편의 위치로 (어이없게) 추락시켜 버리지요. 작위적이긴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엔 동의합니다. 황량한 행성에서 부서진 몸을 추스리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리딕의 생존력은 영화의 핵심적인 소재로 사용됩니다.

동시에 [리딕]은 [에이리언 2020]의 내러티브를 충실히 재현해 나갑니다. 낯선 행성으로의 불시착 → 베이스 캠프의 발견 → 사람들과 리딕의 숨바꼭질 → 괴물들의 습격 → 행성 탈출의 과정은 완벽한 동어반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1편과의 직접적인 연결 지점도 존재합니다. 물론 관객들이 [에이리언 2020]으로의 회귀를 원했던 건 사실입니다. 저예산 영화지만 아기자기한 설정과 메인 캐릭터의 매력, 선과 악의 경계가 뒤엉킨 등장인물들의 내면적 갈등 위에 크리처 장르가 더해져 독특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 [에이리언 2020]의 성공요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리딕]은 그러한 1편의 요소들 중에서 장점은 모두 버린 채 외피만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리딕은 너무 말이 많아졌고, 명백한 안티히어로였던 그는 무리하게 슈퍼히어로가 되려 합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괴물들에게서 별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에이리언 2020]의 괴수가 몇년마다 찾아오는 개기일식을 계기로 대규모 활동을 벌이는 야행성 괴물이며 음파로 사물을 파악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졌기 때문에 야간에 최적화된 눈을 가진 리딕과의 연대감을 형성하는 반면, 이번 작품에서의 괴수는 그냥 전갈을 닮은 괴물일 뿐입니다. 딱히 위협적인 면도 없고 그렇다고 약점이 구체적이지도 않은, 그냥 괴물 말이지요.

이와 같은 현상은 어중이 떠중이들로 구성된 등장인물들에게서도 발견됩니다. 등장인물 한명 한명의 개성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던 [에이리언 2020]과는 달리 이번 작품의 현상금 사냥꾼들은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거나 허풍을 떨다가 유명을 달리하는 소모적인 역할을 할 뿐입니다. 전작과의 연계를 위해 심어놓은 인물도 있지만 그게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아쉽지만 [리딕]은 시리즈의 장르적 기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으로 만족해야 할 작품입니다. 재미나 볼거리 모든 면에서 1편의 아우라를 뛰어넘진 못합니다. 모처럼의 자기복제 계획이 이 정도의 결과밖에 내지 못했다면 혹시 모를 다음 작품에서는 뭔가 다르면서도 리딕이라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잘 살릴만한 요소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게임으로 나온 부처베이 사건이 영화적인 소재로 가장 적합하다고 보이는데, 2편에서 이 프리퀄 계획을 굳이 포기한 이유를 아직까지도 모르겠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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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즈라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고 하니까요.
    나와준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ㄷㄷ

    2013.12.23 11:05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2편의 폭망수준을 생각하면 그렇죠. 돈은 그렇게 들이고, 화면 때깔이라곤 정말이지.. ㅜㅜ 데이빗 토히 감독이 저예산 스릴러물에서는 꽤 재능이 있는데, 블록버스터급 감독은 안되는거 같습니다. 근데 이번 작품도 사실 그리 만족스럽진 않아요.

      2013.12.23 11:34 신고
  2. ㅇㅇ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행이도 흥행은(미국에서는 간신히 본전치기를 했는데 세계흥행에서 1억달러 가까이 벌면서) 크게 성공한듯 보여서 속편이 만들어질 여지가 충분하더군요. 리딕 1편의 분위기에 죽음의 행성 시각적 비주얼이 좋아서 꽤 재밌게 봤어요.

    2014.02.25 10: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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