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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 김아중의 재발견

페니웨이™ 2007. 8. 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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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리뷰를 들어가기전에 고백하는 것이지만 사실 필자, 이 영화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사실 시사회 초대를 통보받고 갈지 말지를 (물론 같이 갈 여자친구가 없다는 큰 걸림돌이 있긴 했어도) 고민했을 정도로 기대치가 바닥이었던 영화다. (주: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 자체가 개봉이전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 작품의 대박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일단 소재가 유미코 스즈키가 연재한 동명의 만화 "미녀는 괴로워"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이다.아시다시피 만화를 원작을 한 영화치고 잘 만든 영화는 그야말로 반타작도 채 안된다. 물론 허영만 원작의 "비트"나 "타짜" 그리고 미네기시 노부야키 원작의 "올드보이"등은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화로 호평받은 몇안되는 케이스이긴 하지만, 일본의 수많은 원작만화들을 망쳐놓은 사례들을 보자면 역시나 기대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최종병기그녀"나 "바질리스크", "데쓰노트" 등 훌륭한 원작을 아주 제대로 망쳐놓는 것을 보면 알 만하지 않겠는가.

ⓒ 講談社/ 鈴木由美子. All Rights Reserved.

유미코 스즈키의 원작만화 '미녀는 괴로워' 


또한 주연배우인 김아중에 대한 편견. 필자, 솔직히 김아중이 연기하는 모습은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본 모 광고 포스터 속의 그녀의 모습에서 느껴지는건 큰 눈망울에 시원스럽게 빠진 몸매. 여우같은 얼굴상, 그저 소위 요즘 연예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만고만한 여배우로서 솔직히 말하자면 비호감이었다.

ⓒ 제네시스 픽쳐스/ KM 컬쳐 All Rights Reserved.

솔직히 말하자면 비호감이었던 배우, 김아중.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 사과하고 싶다

주진모는 어떤가? 딱히 외모가 딸리는 것도, 그렇다고 연기력이 못봐줄 정도의 배우는 아닌데 그가 출연한 작품중에서 어디 제대로 흥행한 작품이 있었나?  영화 포스터는 또 저게 뭔가? 마치 에디 머피가 주연한 [너티 프로페서]를 은근히 의식한듯한 저 느낌은... (왜냐하면 원작 만화에서는 칸나의 성형전 모습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썩 내키지 않는 이러한 조합들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안좋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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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픽쳐스/ KM 컬쳐 All Rights Reserved.

[너티 프로페서]를 연상시키는 포스터, 기대감 보단 표절비슷한 느낌이 더 강했었다


그러나 필자는 원작만화를 너무 재밌게 읽었었다.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도 높고 더욱이 만화가 지녔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날카롭고 제치있는 풍자는 오늘날 성형컴플렉스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의 마음에 모름지기 경종을 울릴법한 소재였던 것이다. 솔직히 만화속 '칸나즈키 칸나'의 실사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고 싶은 욕망이 마음 한구석 어딘가엔 있었다 보다.

사설이 길어졌지만 어쨌든 시사회장에 발을 들여놓고 영화를 관람한지 2시간후.. '정말 보러오길 잘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 한국영화가 과연 몇이나 되었던가! 역시 사람의 선입견이란 무섭다. 잘못하면 이런 영화를 놓칠뻔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녀는 괴로워>는 올해 하반기 최고의 영화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지녔다.

ⓒ 제네시스 픽쳐스/ KM 컬쳐 All Rights Reserved.

뚱녀역할을 제대로 소화한 김아중.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여배우 1순위에 올랐다

먼저 우려했던 원작의 영화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오! 브라더스]로 이미 흥행과 평단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김용화 감독은 현명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는 무리하게 원작의 모든 것을 챙기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전신성형으로 새롭게 태어난 성형미인이라는 설정을 빼고는 주변 환경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대학생이던 칸나가 무대뒤 가수인 한나로, 역시 킹카 대학생 코스케는 무대감독인 상준(주진모 분)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쇼비지니스 세계의 추잡한 모습을 가볍게 터치하는 여유도 보여줄 수 있었다.

일단 주인공들의 신분부터 바뀌고나니 모든 기본 설정도 완전히 바뀌어야 했다.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치매걸린 아버지가 등장하고, 가수라는 주인공의 직업상 연예계의 실상을 가볍게 터치하는 풍자적 소재도 첨가되었다. [올드보이]가 박찬욱 감독에 의해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났듯이 [미녀는 괴로워] 역시 원작의 틀을 과감히 깨나가 영화로서 독립적인 자아를 부여받았다. 그것이 이 작품이 가진 첫 번째 미덕이다.

ⓒ 제네시스 픽쳐스/ KM 컬쳐 All Rights Reserved.

이범수 등 까메오의 출연도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한다


두 번째는 우려했던 주인공 김아중에 대한 편견. (적어도 필자에게는) 비호감이었던 이 배우가 어떻게 호감대상으로 바뀔 수 있었는지는 영화를 직접보신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김아중은 이 작품에서 그야말로 '착한 연기'를 선 보인다. 주인공 자체가 워낙 착하디 착한 캐릭터 이지만 약간은 깍쟁이 같은 이미지의 김아중이 이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인지는 아마 모르긴해도 필자만의 우려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완전히 뚱녀로 변장한 쇼킹한 모습도 물론이지만 미인으로 탈바꿈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던 그녀의 그렁그렁한 큰 눈망울을 통해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 충분히 전달된다면 이건 분명 연기를 잘한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수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으니, 어쩌면 <미녀는 괴로워>의 가장 큰 장점은 '김아중의 재발견!'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지리 작품 운이 없어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주진모 역시 모처럼 그에게 맞는 배역을 맡은 듯 싶다. 잘생긴 그의 외모를 한껏 살리면서도 차가우면서 이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상준은 주진모라는 배우에 아주 걸맞는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원작의 코스케를 떠올린다면 다소 더 부드러운 이미지가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속의 변화된 캐릭터를 생각한다면 탁월한 캐스팅임에는 틀림없다.

ⓒ 제네시스 픽쳐스/ KM 컬쳐 All Rights Reserved.

주진모 역시 이 작품이 연기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주었으면...


더욱이 잘만든 영화의 공통점이긴 하지만 조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또한 영화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주고 있다. 최근들어 조연배우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한위, 출산드라 김현숙의 놀라운 감초연기, 박노식 그리고 이범수, 박휘순 등의 까메오까지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출연은 분명 이 작품의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지닌다.

[미녀는 괴로워]는 원작을 읽은 팬들이나 읽지 않고 처음 영화를 접하는 관객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영화다. 그만큼 풍부한 웃음과 메시지를 담고 있어 2006년 하반기를 마감하는 아주 좋은 작품이 되어줄 것이다. 다만 12세 관람가라는 등급에 걸맞지 않는 대사들, 특히 고질적인 한국영화의 현상중 하나인 욕설의 사용. 아무리 추세라고는 해도 12세 관람가 정도라면 그래도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좋은 영화'로 만들어 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한가지는 지나치게 상투적인 신파극으로 몰고가는 결말부분의 콘서트 씬은 필자도 조금 닭살돋는 시간으로 기억되니 이점도 조금은 아쉬운 마무리였다고나 할까. 원작에서 묻어나온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어딘지 어정쩡하고.... 그래도 에필로그까지 정성껏 마무리 시키는 제작진들의 노고가 묻어나오는 ,정말 간만의 유쾌한 코미디였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 [미녀는 괴로워]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제네시스 픽쳐스/ KM 컬쳐.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미녀는 괴로워 만화 (ⓒ 講談社/ 鈴木由美子.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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