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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가 대세인 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꿋꿋하게 셀 애니메이션의 손맛 가득한 향수를 전해오는 지브리 스타일의 작품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명품에 버금가는 브랜드 효과를 내고 있는게 사실이다. 일본의 경제거품이 꺼지고 대작급 애니메이션의 군웅할거시대가 끝난 지금, 스튜디오 지브리가 기지고 있는 저력은 오랜 세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철옹성 같은 영향력 아래 전통의 명가라는 자부심 하나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소니를 비롯한 일본 가전회사들의 몰락이 그러했던 것처럼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지브리의 행보는 후계자의 부재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마루밑 아리에띠]로 하강곡선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었던 –그럼에도 너무 평이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브리가 [게드전기]에서 참패를 경험한 미야자키 고로에게 두번째 기회를 주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어, 이건 아닌데' ’였다.

타카하시 치즈루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코쿠리코 언덕에서]가 추구하는 바는 기존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보여주었던 두가지 노선, 즉 동화적 판타지의 세계와 현실의 소소한 풍경 중에서 후자에 무게를 둔 작품이다. 이는 곧 [추억은 방울방울]이나 [바다가 들린다]와 같은 소품의 성격을 지녔다는 뜻으로 감독의 전작인 [게드전기]와는 정 반대의 작품이라고 하겠다.

ⓒ 2010 GNDHDDTW. All Right Reserved.

1960년대의 일본 요코야마 어촌을 배경으로 한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지브리 특유의 디테일이 큰 장점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무대가 되는 풍경이나 사회적 분위기, 순수한 첫사랑의 감성 등 과거의 추억에 기반한 설정 자체가 중장년층에게 어필하기 좋은 구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정선의 표현력 또한 꽤나 훌륭한 편이다. 작화의 완성도나 OST의 훌륭함에 있어서는 왜 지브리가 셀 애니메이션의 최강자인지를 다시금 되새겨준다.

반면 훌륭한 소재를 요리하는 고로 감독의 솜씨는 아직도 무언가 미흡하다는 느낌을 준다. 첫사랑의 설레임과 시련의 극복이라는 과정을 하필 한국 막장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출생의 비밀로 대치한 점이나 후반부에 꼬리를 잘라먹은 듯한 갑작스런 마무리, 고로 감독의 색체가 아니라 그저 아버지의 그림자를 뒤쫓기에 급급한 개성없는 연출은 이후 미야자키 고로가 후계자로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일단 [게드전기]의 악몽을 되풀이하진 않았지만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지브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나 오랜만에 판타지가 제거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대선배 다카하타 이사오의 벽을 뛰어넘기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후 지브리가 또 어떤 신인을 발굴할지, 혹은 미야자키 고로의 후계체제에 계속 기대를 걸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코쿠리코 언덕에서]가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건 분명하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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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극장에서 보면서 신나게 졸았던 기억이... -_-;;;
    '바다가 들린다'나 '귀를 기울이면' 같은 것들도 재미있게 봤으니
    이런 종류의 작품을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그 날은 왜 그리도 졸았나 모르겠습니다.
    내용이 거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2012.10.08 10:01 신고
  2.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평가가 후하시네요. 전 이 애니에서 망작의 스멜을 한껏 맛보았다능...-_-;
    지브리는 딱 [벼랑위의 포뇨] 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루밑 아리에티]도 정말 아니었거든요...

    2012.10.08 11:35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마루밑 아리에티]는 괜찮았습니다. 무엇보다 지브리는 이런 소소한 판타지가 제격이라고 보거든요. 문제는 예전만큼의 쫀득한 짜임새가 안나온다는 건데...

      2012.10.08 15:02 신고
  3. 단호한결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막장드라마식의 전개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2012.10.08 12:12 신고
  4. RGM-7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소다 마모루던가요? 섬머워즈 감독요.
    그 사람 놓친 걸 나중에 많이 한탄할듯요.
    아들이라니! 아들이라니!

    2012.10.08 13:2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소다 마모루 이번에 [늑대아이]를 내놓았죠. 거의 감독 자체가 브랜드화 되어버린 케이스로, 현 시점에선 경쟁자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2012.10.08 15:04 신고
  5. 케르베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브리 스튜디오의 황혼이 보이는 듯합니다.

    역시 아들은 아버지의 축소 재생산판을 넘지 못하는 모양이네요.

    저도 결말에서 참 어이없었지요. '이게 끝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초속 5센티미터의 그 감동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네요.

    2012.10.09 00:02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신카이 마토코의 최근작 [별을 쫓는 아이:아가르타의 전설]이 오히려 더 지브리 답더군요. 정작 마코토 특유의 색체가 희석되어서 평단에서는 등을 돌렸지만... 이제 지브리의 독주는 끝난거 같아요.

      2012.10.09 10:02 신고
  6. 베쯔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야자키 하야오가 게도전기를 보다가 나와 줄담배를 피웠다고 하더라고요

    지브리의 문제라기 보다는 감독의 문제인 것 같아요


    2012.10.09 01:26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브리의 폐쇄성이 오늘을 자초했다고나... 실은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요절이 타격을 주긴 했죠. 그렇다해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계자하나 만들질 못하는 건 좀...

      2012.10.09 10:03 신고
  7.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브리의 신화는 깨어지는가요? ㅜㅜ
    한때는 지브리 스튜디오껀 무조건 믿고 보는 주의 였으나...
    왠지 이젠 점점 식상해지네요...
    너무 미야자키 하야오 스타일 따라가기(그나마 어쩡쩡한) 자기 복재만 하는건 아닌지...
    때론 상식을 깨는 지브리 작품이 나와주길 바랍니다.
    지브리에서도 이미가와 야스히로(뭐 이양반도 요즘은 내공이 좀 다한듯 싶습니다만...) 처럼 원작의 파괴자
    같은 발칙한 양반도 나와줬으면 합니다.

    2012.10.09 16:39 신고
  8.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간만에 글 쓰셨네요 지브리와 소니의 하락세를 통해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오는 요즘 입니다 그래도 서정적인 재패니메이션은 여전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10.09 22:25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히려 그 서정적인 작품들을 신카이 마코토나 호소다 마모루 같은 신진들이 소화해내고 있지요. 한편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딱히 나쁘다곤 할 수 없겠구요.

      2012.10.10 12:04 신고
  9. 임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지브리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는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 까지였다고 봄
    벼랑위의포뇨 하울의 움직이는성도 첨엔 좋앗다가 마지막이 너무 엉성했음
    그뒤로 나온것들은 더 형편없었고
    미야자키하야오의 아들 게드전기는 정말 욕나올정도였음
    이젠 혹시나하는 기대감도 없어진 상태

    2012.10.10 23:31 신고
  10.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자연과 사랑과 평화와.......
    이런 초건전한 것들은 제 취향이 아니어서,
    지브리의 몰락도 그러려니 하네요.

    슬슬 이제는 '하야오'라는 이름은 버리고 지브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 때가 아닌지.

    2012.10.11 23:25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벌써 10년전에 그랬어야죠. 생갈치1호를 기점으로 세대교체가 완전히 이루어 졌어야 했는데, 아직 하야오옹도 건재하다는 자만심 때문인지....

      2012.10.14 19:42 신고
  11. 헬몬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에선 흥행은 그럭저럭 성공했지만 해외 흥행이 게드전기와 더불어 쫄딱 망했다 수준이더군요

    한국에선 20만 관객도 안된 채로 막내렸는데 게드전기가 욕처먹고도 그래도 한국에서 전국 60만 수준 관객이 오던 거랑 ..차이가 있네요

    2012.10.13 23:16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본에서의 흥행열풍이 이해가 안갈 정도였죠. 다만 그간 지브리의 글로벌한 히트를 생각하면 확실히 내수용으로 전락한 느낌이 들어요.

      2012.10.14 19:43 신고
  12. 헬몬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 경악스러운 건 한국에서 흥행한 편이라는 겁니다..해외 흥행으로 치자면 ㅡ ㅡ..
    해외 흥행으로 한국이 2위던가?

    한국이 게드전기가 해외흥행 3위를 거두더니만....;;;

    그래서 한국 개봉당시 아예 녹음도 안한 한국어 더빙판(당연히 우리나라 전문성우들이 참여한)이 일어판 블루레이로 들어가버리는 일이 있었죠

    ㅡ _-... 뭐 요코하마 특전판이라던가 초판에만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2012.10.15 22:07 신고
  13.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젠 스튜디오의 이름만으로 흥행하는것 같아서 영...
    점점 아쉽게만 느껴지네요.

    2012.10.15 23:32 신고
  14. K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팬이 됐지만 솔직히 그것도 마무리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몇번을 봐도 중간 부분은 아직도 이해불능상태네요...
    요즘 나오는 것들은 아얘 보고 싶지도 않고...
    마루밑 아리에티도 불안불안했는데 별을 쫗는 아이가 원래 지브리랑 더 맞는 것 같고...ㅠㅠ
    슬프네요 이제 슬슬 망할 때가 됐다는 건가,..

    2012.11.01 23:17 신고
  15. 하늘코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환율위젯 적용했는데 환율이 안떠요..
    계산도 안되구 ㅠ_ㅠ

    2013.01.25 23:14 신고
  16. 일본안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정말 아름답습니다.

    2013.02.04 02:24 신고
  17. 순토종영짱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아름답습니다.

    2013.04.07 18: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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