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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쿠리코 언덕에서 - 스튜디오 지브리의 불안한 성공작

페니웨이™ 2012. 10. 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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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가 대세인 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꿋꿋하게 셀 애니메이션의 손맛 가득한 향수를 전해오는 지브리 스타일의 작품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명품에 버금가는 브랜드 효과를 내고 있는게 사실이다. 일본의 경제거품이 꺼지고 대작급 애니메이션의 군웅할거시대가 끝난 지금, 스튜디오 지브리가 기지고 있는 저력은 오랜 세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철옹성 같은 영향력 아래 전통의 명가라는 자부심 하나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소니를 비롯한 일본 가전회사들의 몰락이 그러했던 것처럼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지브리의 행보는 후계자의 부재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마루밑 아리에띠]로 하강곡선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었던 –그럼에도 너무 평이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브리가 [게드전기]에서 참패를 경험한 미야자키 고로에게 두번째 기회를 주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어, 이건 아닌데' ’였다.

타카하시 치즈루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코쿠리코 언덕에서]가 추구하는 바는 기존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보여주었던 두가지 노선, 즉 동화적 판타지의 세계와 현실의 소소한 풍경 중에서 후자에 무게를 둔 작품이다. 이는 곧 [추억은 방울방울]이나 [바다가 들린다]와 같은 소품의 성격을 지녔다는 뜻으로 감독의 전작인 [게드전기]와는 정 반대의 작품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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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일본 요코야마 어촌을 배경으로 한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지브리 특유의 디테일이 큰 장점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무대가 되는 풍경이나 사회적 분위기, 순수한 첫사랑의 감성 등 과거의 추억에 기반한 설정 자체가 중장년층에게 어필하기 좋은 구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정선의 표현력 또한 꽤나 훌륭한 편이다. 작화의 완성도나 OST의 훌륭함에 있어서는 왜 지브리가 셀 애니메이션의 최강자인지를 다시금 되새겨준다.

반면 훌륭한 소재를 요리하는 고로 감독의 솜씨는 아직도 무언가 미흡하다는 느낌을 준다. 첫사랑의 설레임과 시련의 극복이라는 과정을 하필 한국 막장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출생의 비밀로 대치한 점이나 후반부에 꼬리를 잘라먹은 듯한 갑작스런 마무리, 고로 감독의 색체가 아니라 그저 아버지의 그림자를 뒤쫓기에 급급한 개성없는 연출은 이후 미야자키 고로가 후계자로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일단 [게드전기]의 악몽을 되풀이하진 않았지만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지브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나 오랜만에 판타지가 제거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대선배 다카하타 이사오의 벽을 뛰어넘기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후 지브리가 또 어떤 신인을 발굴할지, 혹은 미야자키 고로의 후계체제에 계속 기대를 걸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코쿠리코 언덕에서]가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건 분명하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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