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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흑백무성영화의 매력은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페니웨이™ 2012. 3.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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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 못해! 말할 수 없다!’ 영화 [아티스트]의 첫 대사는 참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영화상으로는 전기고문을 당하는 한 남자가 끝까지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이 영화가 ‘무성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동시에 무성영화 스타가 유성영화를 거부하게 되는 스토리를 암시하는 중의적인 장면이거든요. 이내 영화는 무성영화를 즐기는 객석의 풍경을 담아냅니다. 흑백무성영화시대를 모르는 관객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지요.

그렇습니다. 81회 아카데미의 최종승자인 [아티스트]는 무성영화시절의 향수를 듬뿍 담은 작품입니다. 대사를 없애고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이야기를 완성시킨 이 작품은 그간 사람들이 잊고 지냈던 과거의 무성영화가 지닌 매력을 풍부하게 이끌어내고 있지요. 물론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현대영화의 감성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 작품이 과연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쥘만큼의 역작이냐 하는 점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려고 합니다. 우선 [아티스트]의 내러티브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아니, 단순한 정도를 넘어서서 전개과정 모두가 예측가능할 정도로 진부합니다. 단순히 고전영화에 경의를 취하는 작품의 성격이나 또는 클래식한 표현기법의 복원에 점수를 준 것만으로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주기엔 무리수를 둔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 La Petite Reine, La Classe Américaine, JD Prod. All rights reserved.


물론 무성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에 [아티스트]는 안전하게 가는 쪽을 선택한 것은 이해가 갑니다. 어차피 고전영화에 대한 오마주라면 내용도 지겹도록 봐왔던 익숙함에 묻어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테니까요. 추측일뿐입니다만 아마 감독도 배우들도 [아티스트]가 올 해의 최고작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만큼의 야심이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캐릭터의 입체감을 뛰어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열연은 정말 극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게리 올드만이 수상에 실패한건 무척 아쉬운 일이지만 장 뒤자르댕이 오스카를 가져갈만한 인물이었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영화 속 뒤자르댕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1930년대 클락 게이블이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아티스트]는 대사없이 자막과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스토리가 성립되고 캐릭터가 구축되는 과정을 실제로 보여줌으로 이미 사라져버린 영화기법이라 하더라도 그 가치마저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영화인들에게 있어서는 이 영화가 그토록 기특해 보이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작인 [휴고]도 그러한 고전극의 노스텔지어를 표방하긴 했지만 [아티스트]만큼 직접적인 감흥을 주진 못했으니까요.

P.S:
1.조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제임스 크롬웰이나 존 굿맨, 그리고 말콤 맥도웰 같은 배테랑들은 역시 연륜이라는 것 덕분인지 무성영화 속에서도 충분히 빛이 납니다.

2.아카데미도 이제 동물들에게 주는 상을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티스트]에서 강아지가 없었더라면 영화가 이토록 생기발랄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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