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ㅂ

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겨냥한 석궁

페니웨이™ 2012. 1. 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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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겠지만 [부러진 화살]은 실제로 일어났던 김명호 교수 석궁사건을 소재로 한 일종의 사회 풍자극입니다. 사실 이 사건은 재판에 불만을 품은 한 남자가 부장판사를 향해 테러를 감행했다는 소재 면에서 떠들썩하게 알려졌지만 이 소동의 이면에는 한국 사법제도의 치부가 교묘히 감춰진 사건이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사건의 전말여부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라며 일벌백계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지요. 실질적으로 김명호 교수의 석궁테러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가리는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결말은 나와 있는 상태였다는 뜻입니다. 결국 김명호 교수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게 됩니다.

자 그럼 영화는 이 사건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명하고 있을까요? [부러진 화살]은 김교수가 판사에게 석궁을 들고 간 날의 사건을 보여주면서 이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항소심 공판과정을 통해 추적해가는 형식을 취합니다. 이른바 한국적인 스타일의 법정드라마인 셈인데, 내용이나 주제만을 놓고본다면 영화 자체는 무척 무거워질 수 있는 테마를 담고 있는 거죠. 마치 [도가니]가 그랬던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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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지영 감독은 조금 다른 지점에서 영화를 구성합니다. 우선 주인공인 김교수의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엉뚱해요. 김교수란 인물은 어딘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고지식하며, 원칙주의자에, 일면 비호감에 가까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사실 세상살이하면서 이같은 사람과 부딪히면 정말 피곤해지죠. 이 고문관 같은 인물은 관객에게 피해자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보다는 당당히 사법권력에 맞서는 무모한 소시민으로서의 모습으로 다가섭니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블랙코미디가 되어버리죠.

네, 그렇습니다. [부러진 화살]은 풍자성을 지닌 블랙코미디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장르적 선택이 꽤 효과가 있습니다. 사건 자체가 특이하기도 하지만 재판의 전개과정이 가히 코미디와 다름없는 상식이하의 수준으로 가다보니 울분과도 같은 감정이 이내 허탈한 웃음으로 터져나오게 되더란 말입니다. 극 중 김교수의 대사가 이 모든 것을 대변하지요.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따라서 이미 결론이 나와 있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부러진 화살]은 충분한 장르영화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접목시킨 법정드라마로도 손색이 없고, 블랙코미디로도 손색이 없죠.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주연급 역할을 맡은 박원상은 반골기질이 가득한 변호사를 능글맞게 소화해내며, 모처럼 스크린에 돌아온 김지호도 털털한 매력을 무난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안성기의 연기패턴은 조금 경직되어 있긴 한데, 그래도 설정상의 김교수라는 인물이 워낙 매력적으로 그려진 탓인지 이조차도 크게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아슬아슬하게 배어 있습니다. 과연 이 작품이 [도가니]만큼 사회적인 이슈를 불러올까요? 조금 더 있으면 우린 그 결과를 알게 되겠지요.


P.S:

1.[부당거래], [도가니]에 이어 한국 사법체제를 비꼬는 작품들이 자꾸 쏟아지는 걸 보니 불만과 불신이 많이 쌓이긴 했나 봅니다.

2.문성근의 판사역할은 정말 ㅎㄷㄷ 합니다.

3.역시나 한국영화라서 욕이 좀 나옵니다. 아니, 많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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