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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 스필버그식 어드벤처의 귀환

페니웨이™ 2011. 12.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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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가 돌아왔다. 기대감을 잔뜩 키워 놓았다가 실망만을 안긴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후 3년만이다. 이번에 돌아온 작품은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로서 놀랍게도 실사영화가 아닌 풀CG애니메이션이다. ‘땡땡의 모험’으로 알려진 원작의 경우 국내에서는 1980년대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되었던 것을 빼면 국내에서는 그리 친숙한 작품은 아닐진데, 그런 연유로 홍보사에서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는 식으로 본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땡땡의 모험’이 ‘인디아나 존스’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스필버그가 원작 ‘땡땡의 모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1981년 [레이더스]를 틴틴과 비교하는 언론 리뷰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 당시 [ET]의 각본가, 멜리사 매티슨에게 [틴틴의 모험]의 각본을 의뢰하였기에 ‘인디아나 존스’와는 분명히 다른 출발점을 지녔다

이 작품은 에르제의 원작 ‘땡땡의 모험’ 중 ‘The Crab with the Golden’, ‘The Secret of the Unicorn', 'Red Rackham's Treasure' 이렇게 세 편의 작품을 합쳐 놓았는데, 다뤄야 할 내용이 처음부터 많아진 탓에 도입부가 상당히 짧고, 전개가 빠른 양상을 띈다. 아마도 이 같은 작업을 택한 이유는 땡땡의 파트너인 하독 선장을 등장시키고 이에 걸맞는 메인 스토리를 깔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초반부터 원작의 소모가 좀 심한 편이지만 그래도 세 편을 묶어놓은 모양새는 그리 나쁘지 않다.

실제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생애 첫번째 애니메이션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모름지기 스필버그식 어드벤처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보물을 찾아나선 주인공과 음모를 꾸미는 전형적인 악당, 그리고 특유의 재치있는 슬랩스틱과 유머가 뒤섞이면서 본 작품은 아닌게 아니라 1980년대 어드벤처 영화의 이정표를 제시했던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케 한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 실망했던 관객이라면 아! 그 영화를 바로 이렇게 만들었어야 하는건데! 라는 안타까움이 느껴질만도 하다.

ⓒ Columbia Pictures, Paramount Pictures, Amblin Entertainment.


모션캡쳐방식의 풀CG 캐릭터도 나쁘지 않다. 매우 사실감이 넘쳐나며 평면상의 2D 캐릭터를 3D로 전환시킨 리모델링의 결과물도 여름에 개봉했던 [개구쟁이 스머프]에 비하면 그 만족도가 하늘과 땅 차이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적 특장점을 활용한 스필버그 특유의 역동감 넘치는 앵글과 롱테이크 액션은 근래 보아온 스필버그 영화 중에서도 가장 스필버그다운 느낌을 선사한다. 80년대 클래식한 스필버그식 어드벤처의 미장센이 더 이상 그만의 전매특허가 아님을 이미 [슈퍼에이트]의 J.J 애이브람스 감독이 보여준 바, 어찌보면 이번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앞으로 스필버그의 장기를 최적화시킬 수 있는 매체가 애니메이션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불호는 분명히 갈릴 것이다. 이젠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만으로 기본 관객수가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다. 더군다나 원작의 팬이라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원작과의 괴리감을 쉽게 극복하기가 힘들 수 있다. 세 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의 삐걱거리는 부분이 눈에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다. 왁자지껄한 원작 고유의 어수선함과 활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적어도 무늬만 ‘땡땡의 모험’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날카로운 재치가 많이 무뎌지긴 했지만 원작의 정서와 장르적 묘미를 버무리는 거장의 손길은 아직도 건재하다. 다가올 (아마도 피터 잭슨이 직접 전면에 나설) 2,3편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건 이 시리즈가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P.S
1.하독 선장은 피터 잭슨을, 모로코의 대부호는 스필버그를 닮았더군요..

2.역시 스노위보다는 밀루라는 이름이 더 친숙합니다. 마찬가지로 틴틴보다는 땡땡이죠.

3.개인적으로는 초반부의 범죄느와르적인 분위기를 조금 더 살렸더라면 정말 걸작이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스필버그는 다 좋은데 끝으로 갈수록 너무 밝아져요.

4.세월이 꽤 지났는데도 앰블인 엔터테인먼트의 로고와 함께 캐슬린 케네디, 존 윌리엄스, 마이클 칸,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을 한 영화에서 보는 건 정말이지 가슴 설레이는 일입니다. 이를 두고 드림팀이라고 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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