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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에이트 - 80년대 스필버그 영화들에 바치는 헌사

페니웨이™ 2011. 6.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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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에이트]는 영화 공개 이전부터 철저한 신비주의 마케팅 노선을 밟아온 작품입니다. 그도 그럴듯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인물이 J.J. 에이브람스, 일명 쌍제이로 통하는 '떡밥의 제왕'이기 때문이지요. 기차가 탈선하고 차량 한칸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티저 예고편을 보며 과연 이게 뭔 영화일까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요.

하지만 막상 영화는 감독인 J.J.보다는 제작자인 스필버그의 감성이 더 많이 묻어나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의 로고가 새겨지는 순간, 관객들은 1980년대를 수놓았던 스필버그식 아날로그의 향수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됩니다. 실제로 [슈퍼 에이트]의 시대적 배경역시 1980년대입니다. 세트와 분장, 심지어 배우들의 분위기까지도 그 시절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금방이라도 어린시절의 헨리 토마스나 드류 베리모어가 튀어나올 것만 같지요.

[슈퍼 에이트]는 크게 두 개의 줄기를 가지는 영화입니다. 하나는 어머니를 끔찍한 사고로 잃은 주인공 조 램(조엘 코트니 분)의 이야기인데, 보안관인 그의 아버지가 미워하는 난봉꾼 루이스의 딸 엘리스(엘르 패닝 분)와 조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런데 왜 아버지는 루이스를 그토록 증오하는가? 엄마의 죽음과 루이스는 무슨 관련이 있는가? 이 의문들은 영화가 풀어야 할 첫번째 숙제입니다.

ⓒ Paramount Pictures/ Amblin Ent./ Bad Robot. All rights reserved.

또 하나는 열차사고로 인해 마을에 드리우는 공포의 정체입니다. 미공군이 대대적으로 투입되어 철저히 무언가를 은폐하는 이 사건은 무엇인가 괴생명체가 연관되어 있다는 암시를 풍기면서 서스펜스의 강도를 점점 높혀갑니다. 그러나 역시 떡밥의 제왕답게 해답을 쉽게 내놓지는 않아요. 관객들은 괴물의 진짜 모습을 보기까지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설정만을 놓고 보면 [슈퍼 에이트]는 굉장히 매력적인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우연히 사고 현장에서 8mm 필름으로 좀비영화를 찍고있던 아이들이 필름에 담긴 사건의 진상 때문에 외부 세력으로 부터 쫒기게 되는 시놉으로만 가더라도 영화는 꽤 흥미로운 스릴러물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J.J.는 그런 농도짙은 장르물로 가기 보다는 시네마키드의 오마주라는 관점에서 [슈퍼 에이트]를 준비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목부터가 어린시절부터 8mm 카메라를 갖고 논 스필버그에 대한 오마주가 아니던가요)

ⓒ Paramount Pictures/ Amblin Ent./ Bad Robot. All rights reserved.

적당히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미스테리, 갈등을 갖고 있는 가정, 힘을 합쳐 모험을 진행시키는 아이들, 그리고 외계인. 이 모든 요소들은 7,80년대 스필버그식 SF영화에 대한 예찬이자 헌사입니다. J.J.라면 분명 이보다 더 영리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도 그는 의도적으로 한계를 정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앞서 말한 두 개의 줄기가 만나는 지점은 그리 썩 매끄럽지 못합니다. 요즘 영화들에서 종종 관찰되는 리얼리티는 고사하고, 비약과 과장으로 점철된 구시대의 잔영아래서 호흡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지요. (아, 괴물의 모습 하나는 스필버그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더군요)

빠른 전개와 흡입력있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서 느슨하게 풀어지는 것 역시 가족애를 담보로 관객들을 농락하는 스필버그의 악동기질과 무척이나 닮아 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밋밋한 마무리에 실망할수도 있을거고, 또는 시대착오적인 영화라 생각할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슈퍼 에이트]는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태생적으로 말이지요. 반면 아직 순수한 소년의 마음을 가진 관객들은 [슈퍼 에이트]를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을겁니다,

 

P.S

1.솔직한 말로 저는 [슈퍼 에이트]의 그 괴물이 내심 [클로버 필드]의 그 녀석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는 고리를 J.J.가 만들어 줄것인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결과는 직접 확인하세요.

2.

ⓒ Paramount Pictures/ Amblin Ent./ Bad Robot. All rights reserved.

스크롤이 올라가더라도 자리를 뜨지 마십시오. 영화 속의 또 다른 영화 [더 케이스]가 상영됩니다. 바로 아이들이 만들던 그 좀비영화죠. (그러고 보니 이 부분은 조지 로메로에 대한 오마주로군요)

3.존 윌리엄스의 스코어처럼 강렬한 한방은 없지만 선곡이 좋습니다. 엔드 크래딧에 흐르던 The Knack의 My Sharona를 들으니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더군요.

4.진리의 엘르 패닝.

5.열차 탈선씬은 압권입니다. 사운드가 빠방한 상영관 필수입니다. 아주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더군요. 그 외에도 사운드 효과가 주는 힘이 꽤 뛰어난 작품입니다.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의 아카데미 수상자 벤 버트가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6.[그린 랜턴]과 [슈퍼 에이트]를 두고 엄청 고민했습니다만 결국 [슈퍼 에이트]를 선택했습니다. 나름 잘한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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