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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이지만 비수기 틈새를 노리고 갑작스럽게 툭 튀어 나오는 작품들이 더러 있습니다. 우린 이걸 '갑툭튀'라 부릅니다. [알파 앤 오메가]가 바로 그런 작품이죠. 픽사나 드림웍스에서 만들었다면 개봉전부터 제작소식이 들려왔을텐데, 이 작품은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중소 제작사(정확히는 미국과의 합작이라는 탈을 쓴 Made in India)의 애니메이션입니다. 근데 어렵쇼? 제목 끝에 '3D'를 달고 있네요? 게다가 [알파 앤 오메가]가 내세우는건 '롤러코스터 3D 어드벤처'입니다. 그냥 3D 어드벤처도 아니고 '롤러코스터'는 또 뭐람.

[알파와 오메가]의 주인공은 늑대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암늑대인 케이트와 수컷인 험프리가 타이틀롤을 맡고 있죠. 이야기의 배경은 캐나다 록키산맥 투어의 시작점인 재스퍼인데, 이곳 국립공원에 사는 늑대들은 동부와 서부로 구역을 나눈 두 종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종족 내부에는 또다시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되는데, 주로 사냥과 전투에 참여하는 엘리트 그룹인 알파와 한량처럼 집구석에서 놀거나 소일거리를 담당하는 오메가로 나뉩니다. 이들 알파와 오메가는 적대관계는 아니나, 일종의 계급의식으로 인해 양분된 관계를 유지합니다. 즉 알파와 오메가는 절대 결혼을 할 수가 없는 거죠.

케이트는 종족의 차기 리더를 맡을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알파고 험프리는 멍청이 3총사와 통나무 썰매타기를 즐기는 오메가입니다. 둘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 격식없는 친구처럼 지내왔지만 케이트의 아버지는 험프리가 자기 딸과 어울리는걸 달갑지 않게 여깁니다. 이제 곧 그녀는 동부 늑대들의 차기 리더가 될 거스와 정략 결혼을 해야 할 입장이거든요. 근데 보름달 아래에서 사랑의 언약을 하던(극 중에서는 하울링을 맞춘다고 표현합니다 -_-) 케이트는 잠시 숨을 돌리러 나왔다가 험프리와 함께 그만 인간이 쏜 마취총에 맞아 미국 오하이오로 끌려가게 됩니다.

ⓒ Crest Animation Productions/Lions Gate Family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렇듯 [알파와 오메가]는 졸지에 먼곳으로 납치된 두 마리 늑대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통해 신분을 넘어선 사랑을 확인한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기에 거스와 케이트의 여동생 릴리와의 연애담, 그리고 케이트의 실종으로 인해 촉발된 동부, 서부 늑대들의 고조되는 긴장관계가 서브 플롯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어느 하나도 그리 썩 만족스런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죠. 마치 골백번은 더 읽어본 어린이 전래동화를 보듯 하품이 나올 정도로 정형화된 것들로 가득합니다. 어린아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이미 관객들은 정형화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잘 포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 모범답안을 접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올 초반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 디즈니의 [라푼젤]이 그 대표적인 예죠. 뻔하디 뻔한 이야기지만 그러한 디즈니식 감수성이 뛰어난 CG 기술과 만나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키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한바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알파와 오메가]의 경우 스토리는 둘째치더라도 CG의 완성도가 아주 조악합니다. 머리털 한올 한올이 살아있는 라푼젤의 머릿결을 경험한 관객들의 눈에 포토샵의 블러효과를 준거 같이 밋밋한 늑대들의 모습은 정말 어색 그 자체거든요. 첨단의 기술력을 달리는 작품들이 쏟아지는 마당에 이건 10년전에 개봉한 [파이널 판타지]만도 못한 CG를 보여주고 있으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죠.

더욱이 홍보전략으로 내세운 3D는 오로지 '롤러코스터'식 효과를 극대화 한 활강장면에 집중하고 있는데, 너무 속이 들여다 보여요. 일반적으로 기상천외한 위기탈출의 비법은 영화 초반 복선을 한번 깔아주고 결정타로 한번 써먹는게 일반적이지만 이 작품은 뻔뻔하게도 통나무 썰매 장면만 수차례를 써먹습니다. 사실 이것 외엔 3D를 살릴 만한 방법이 전무한 거죠. 오로지 이것만 신경쓰다보니 플롯의 배치도 엉망이 되어 버렸고, 여하튼 [알파와 오메가]는 3D가 도움이 되긴커녕 발목을 잡는 형국입니다. 자고로 3D란 말이죠, 어느 정도 기본은 갖춘 다음에 덧얹는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 Crest Animation Productions/Lions Gate Family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메인 캐릭터 외에도 거위 마르셀이나 오리 패디, 한 성깔 하는 케이트의 모친 이브 등 다양한 서브 캐릭터들이 많이 나옵니다만 이들의 개성을 살릴 만한 개연성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것도 문제입니다. 적어도 주인공이 매력이 없다면 주변 캐릭터라도 도와줘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마저도 찾을 수가 없다는 말이죠.

[히어로즈]의 치어리더 헤이든 파네티어와 [다이하드 4.0]의 저스틴 롱, [리쎌웨폰]의 대니 글로버 등 제법 알려진 배우들이 목소리를 담당했음에도 이들의 존재감이 느껴질만큼 강한 포스를 풍기는 캐릭터가 전무하다는게 안타깝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건 작고한 데니스 호퍼의 유작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거에요. 참... 슬픈일입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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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데니스 호퍼 선생께서 돌아가셨었군요. 그것도 작년 5월이었네요. 이런...
    그럼 이 작품도 만들어진지 1년은 된 작품이라는 소리군요. 아바타가 3D열풍을 몰고오자마자 급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니 완성도는 예상이 됩니다. 정말 말씀대로 데니스 호퍼 선생의 유작으로는 너무 아쉽네요...

    더빙판 목소리를 신동과 규리가 맡는다는군요.
    요즘 드라마도 그렇고 네임밸류와 홍보목적만으로 연기력 안되는 친구들을 데려오지 않았음 하는 바람입니다. 중요한 연기력이 뒷받침이 안되니 더빙판의 완성도도 떨어지고 결정적으로 성우들의 경쟁력 확보나 고용보장도 문제가 생기는 듯 싶네요.

    2011.02.28 09:54 신고
  2. 셀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D는 단지 거들뿐...
    핵심은 아닌게죠.

    2011.02.28 10:56 신고
  3. 최강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데니스 호퍼는 왜 하필 유작으로 이걸 남겼는지... (그나마도 신동이랑 박규리의 더빙에 묻힘) 라울 줄리아가 스트리트파이터를 유작으로 남긴 거랑 같다고 보면 되나요?

    2. 요즘은 개나소나 다 3D네요... 아바타가 3D의 영상혁명을 보여주긴 했는데 이후 질적으로는 전~혀 성장이 없는듯... 이러다 3D 열풍이 급속도로 싸그라드는 건 아닐지...

    2011.02.28 19:0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1.라울 줄리아의 스파는 그래도 임팩트나 있죠. 이건 그냥 망작입니다.

      2.아무나 제임스 카메론이 될 수 없다는게 드러나는거죠. 본문에도 써놨듯 3D는 작품의 완성도가 어느정도 구축된 상태에서 양념처럼 끼얹는겁니다. 이게 주가 된다면 주객전도이지요.

      2011.03.01 09:02 신고
  4.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포스트부터도 별로 끌리지 않는....

    2011.02.28 20:12 신고
  5. 77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라푼젤이랑 같이 한번에 몰아서 봤는데....
    그 차이란... ㅡㅡ;;

    2011.03.01 20:58 신고
  6. BeamKnigh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러니 연예인 더빙이라도 동원해야죠,
    물론 전 연예인 더빙이란 홍보문구를 보자마자 관심 끊었지만요.

    2011.03.05 15:31 신고
  7.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도 처음 듣는군요.
    이런 작품에 낚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소식에 어두운 것도 장점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

    2011.03.09 20: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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