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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의 전설 - 비주얼과 스토리의 기묘한 부조화

페니웨이™ 2010. 10. 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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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의 전설]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첫 번째 모험이자 향후의 거취를 좌우할 만한 야심작입니다. 여기서 '모험'이란 표현은 Adventure라는게 아니라 Gamble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그간 스나이더는 유혈이 난무한 R등급 영화로 승부를 걸어왔거든요. 심지어 그가 [S.W.A.T.]의 감독직을 제안받았을 때도 TV시리즈 보다 훨씬 과격하고 어둡게 묘사하려했다가 제작사와의 충돌로 하차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가디언의 전설]은 PG-13도 아닌 PG등급, 게다가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동화풍의 서사구조를 지닌 작품입니다. 명백하게 성인층을 공략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지요. 다시말해 잭 스나이더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장기인 성인취향의 오락적 쾌감을 양보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뭐 좋습니다. 변화란 항상 신선한 것이고, 또 더 높은 곳을 꿈꾸는 감독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 [가디언의 전설]이라는 영화, 참 오묘합니다. 내용만 보면 분명히 어린아이용인데, 비주얼은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었거든요. 실제로 홍보사에서는 이 작품의 3D 효과 덕분에 잭 스나이더가 차기 [슈퍼맨] 리부트 프로젝트에 감독직을 따낼 수 있었다고 자부하던데, 분명 3D와 극사실주의적인 올빼미들의 CGI 효과는 감탄이 튀어나올만큼 자연스럽습니다. 적시적소에 배치된 슬로우 모션 시퀀스는 이미 오우삼 감독의 그것에 버금갈 정도요, 3D 효과를 분명히 드러내주는 활강장면의 경이는 칭찬할만합니다. 확실히 현 시점에서 잭 스나이더는 손에 꼽을 만한 비주얼리스트입니다.

이처럼 [가디언의 전설]의 시각적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문제는 이렇게 뛰어난 기술이 영화에서 그렇게까지 큰 상승효과를 만들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왜냐구요? 일례를 들어보죠. 영화의 주인공인 올빼미들은 전사입니다. 올빼미인 주제에 전투용 투구와 갑옷까지 걸쳐입고 [300]의 스파르타 용사들처럼 등장한단 말이죠. 근데, 그 눈을 보면 마치 '짱구는 못말려'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렁그렁한 눈빛을 보내는 짱구를 보는 듯한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우스꽝스럽다는 것을 감독은 몰랐을까요? 오히려 의인화된 캐릭터의 지나친 사실성이 이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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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All Right Reserved.


문제는 비단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닙니다. 액션은 마치 [반지의 제왕]급인데, 내러티브의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전설의 가디언 올빼미들이 복수를 꿈꾸는 악의 화신을 응징하는데, 여기에 순박한 초짜들이 얽혀서 결국 사건을 해결한다는 뻔한 플롯은 정말 [반지의 제왕]의 유아용 버전같이 느껴집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내용이 저연령층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불만인게 아닙니다. 이 내용에 맞게 영화를 틀잡아가고 포장하는 방식에서 언벨런스가 느껴진다는 것이죠. 그것도 아주 많이요.

아까 CGI의 완성도가 높다고는 했는데 그러한 완성도 높은 장면들을 충분히 감상할만큼 충분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것도 문제입니다. 뭔가 좀 볼 만한 장면이 펼쳐지겠거니 싶으면 제대로 집중할 사이도 없이 휘휘휙~ 지나가 버립니다. 더군다나 3D안경을 쓴 채로 그러한 장면들을 꼼꼼히 살피기란 거의 불가능이 아닌가 싶을 정도죠.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미려오는 피로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근래에 영화보면서 이렇게 체력이 바닥나는 경험은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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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All Right Reserved.


하긴 캐스린 래스키가 쓴 원작소설이 무려 15편 짜리이니 만큼 축약은 필연적인 작업이었겠지만 기존의 그래픽 노블에서 내용을 들어내는 것과 순전히 텍스트로 이뤄진 책을 압축한다는 건 생략의 분량에 있어서 그 차이가 확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300]과 [왓치맨]에서는 어느정도 통했을지 모르지만 이번 [가디언의 전설]에서 잭 스나이더의 삭제신공은 그닥 위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결국 [가디언의 전설]은 나름 인기있는 원작과 뛰어난 비주얼이 결합한 꽤 인상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도 있었지만 명확한 타겟을 잡지 못한, 애매모호한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보기엔 부담스러우리만큼 현란할 것이고, 어른들이 보기엔 유치한 내용과 멋진 화면 사이에서 갈팡질팡할테니 말이죠. 아직 앞길이 창창한 잭 스나이더 감독이니 뭔가 더 보여줄 것이 남았다고는 생각됩니다만 부디 브라이언 싱어도 잡지 못한 [슈퍼맨] 리부트 만큼은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듭니다.


P.S:

1. 내용이 전반적으로 유치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주제의식도 있습니다. 가령 영웅신화의 미화와 본질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차라리 이런 측면들을 좀 더 부각시켰더라면 영화가 훨씬 살아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확실히 PG등급에서의 잭 스나이더는 이빨빠진 호랑이 같더군요. (아, 물론 저는 R등급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Peace~)

2. 휴고 위빙의 목소리는 이제 경지에 이른 듯 하더군요. [브이 포 벤데타]에서 [트랜스포머]로, 다시 [가디언의 전설]까지 이어지는 그의 굵직한 저음은 정말이지 같은 남자가 들어도 멋있습니다. 이제 곧 극장에서 또 듣게 되겠지요? 'I'm Megat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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