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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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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배트맨의 세계관 속에서 박쥐가면을 쓴 여성 캐릭터는 배트걸이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미 1956년 디텍티브 코믹스 233호에는 배트우먼이라는 여성캐릭터가 등장했거든요. 케시 케인이라는 여성의 얼터에고로 설정된 배트우먼은 원래 1950년대 미국 코믹스계를 침체기에 발생한 '배트맨-로빈의 게이 코드 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창조된 캐릭터입니다. 프레더릭 워덤의 저서 Seduction of the Innocent (1954)에서는 코믹스의 해악성을 폭로하면서 그 중에서 배트맨과 로빈 듀오의 동성애적 코드에 의구심을 제기했는데, 가뜩이나 침체된 코믹스계의 분위기에서 이같은 문제 제기는 DC코믹스에 있어 상당히 골치아픈 것이었지요.

ⓒ DC Comics. All Right Reserved.


비록 어처구니없는 모함이긴 했으나 실제로도 '배트맨' 시리즈에서 로맨스적인 요소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런 '마녀사냥'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DC측은 배트맨의 연애상대가 될 수 있는 여성 캐릭터의 투입이 절실했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배트우먼이 탄생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이처럼 어이없는 이유로 만들어지게 된 캐릭터가 인기를 끌리 없습니다. 배트우먼은 1960년대 초까지 배트맨의 세계관 속에 종종 등장하게 되지만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채 1979년, 결국 작품 속에서 살해되는 것으로 불명예 퇴장을 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최근에는 갈데까지 간 미국 코믹스계에서 다시금 파격적인 설정을 가미시킨 배트우먼을 부활시켜 새로운 히로인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보여집니다만 어쨌든 배트우먼의 역사는 생각보다 꽤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DC Comics. All Right Reserved.

2006판 배트우먼. 1960년대와는 정반대의 파격적인(?) 설정으로 격렬한 찬반양론에 휩싸였다.


그런데 그 배트우먼이 실사영화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배트우먼은 이미 영화로도 제작되어 관객에게 선을 보인 바 있지요. 이제 그 정체를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사판 [배트우먼]은 사실 여러차례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오늘 소개할 작품은 1968년도 영화로서 괴작열전에 최초로 소개되는 멕시코산 괴작이 되겠습니다.

ⓒ Cinematográfica Calderón S.A. All Right Reserved.


먼저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하시죠.
아카풀코의 해안가에 시체 한구가 떠오릅니다. 희생자는 유명 레슬러로서 최근들어 프로레슬러들을 노린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해 당국에 초비상이 걸립니다. 이에 경찰 내부에서는 본 사건을 해결코자 마리오 서장과 토니 형사 외에는 이 세상 누구도 그 정체를 알지 못하는 복면의 여자 레슬러, '배트우먼'에게 사건을 의뢰하기로 결정합니다. 근데 왜 경찰에서 살인사건의 해결을 일개 레슬링 선수에게 맡기는지는 잘...사용자 삽입 이미지

ⓒ Cinematográfica Calderón S.A. All Right Reserved.


여튼 부름을 받고 달려온 배트우먼은 아카풀코 지역의 레슬링 원정 시합을 핑계로 도착, 체육관에 잠입해 수상한 자의 거동을 염탐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연구실 겸 요트인 렙틸리커스(Reptilicus, 1960년 덴마크 괴수영화의 제목과 일치함)의 주인인 닥터 윌리엄스는 조수인 이고르와 함께 모종의 실험을 계획합니다. 그들의 연구는 다름아닌 '피쉬맨'을 만드는 것. 이를 위해 레슬러를 납치해 그들에게서 송과체를 추출, 이것을 다시 물고기에 주입시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게 목적이었지요. 바로 닥터 윌리엄스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였던 겁니다.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배트우먼은 남몰래 렙틸리커스호에 침투해 증거를 수집하는 도중 윌리엄스에게 발각됩니다. 배트우먼은 재빨리 근처의 약병을 윌리엄스의 얼굴에 끼얹고 탈출에 성공하지만 윌리엄스는 이 일로 얼굴에 흉터를 입게 되어 복수심에 사로잡힙니다. 결국 또 한 명의 레슬러를 납치한 윌리엄스와 이고르는 마침내 피쉬맨을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이제 이 피쉬맨을 이용해 배트우먼에게 복수하려고 하려는 윌리엄스에 맞서 배트우먼은 어떻게 이 위기를 해쳐나갈까요?

ⓒ Cinematográfica Calderón S.A. All Right Reserved.


시놉시스를 보면 아시겠지만 본 작품에 등장하는 배트우먼은 DC코믹스의 그 배트우먼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녀에 대한 기원은 다루어 지지 않고 있으며, 슈퍼히어로라기 보다는 그저 레슬링에 능한 만능 스포츠우먼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물론 박쥐 마스크나 망토 및 롱부츠 등 몇몇 코스튬에서는 배트맨 시리즈의 흔적을 엿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배트우먼]은 거의 독자적인 캐릭터라 봐도 무방합니다. 아마도 바로 위에 위치한 미국과의 불필요한 저작권 논쟁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서였겠지요. (그렇다해도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했을리가 만무지만요)

ⓒ Cinematográfica Calderón S.A. All Right Reserved.


사실 어떻게 보면 [배트우먼]의 설정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아요. 인간과 어류의 합성체를 만들고자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그리고 이를 파헤지는 크라임파이터... 전형적이지만 히어로물에 필요한 요소와 플롯의 흐름은 확실히 꿰고 있다는 얘기죠. 여기에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얼굴을 다치면서 배트우먼에게 적대감을 갖게되는 과정은 흡사 배트맨 시리즈에서 투 페이스의 탄생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1960년대 풍 재즈 스코어를 OST로 사용한 것도 영화의 분위기와 비교적 잘 어우러지고 말이죠. 무엇보다 1966년판 [배트맨]에 비해 캠피적 요소가 적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 Cinematográfica Calderón S.A. All Right Reserved.


반면 [배트우먼]은 저예산티가 풀풀 나는 작품인데요, 꼭 무슨 바닷가재를 뻥튀기 시켜놓은 것 같은 피쉬맨의 인형탈을 보노라면 아무리 1960년대 영화라도 정신이 몽롱해져 옵니다. 거기에 배트우먼은 설정상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는 '부유한 여성'으로 되어 있는데 의상비가 아까웠던 탓인지 영화내내 비키니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바람직한 모습을 연출하는..... 아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뭔가 아스트랄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배트우먼]은 멕시코 영화이지만 이탈리아 여배우인 마우라 몬티를 캐스팅했는데, 아마도 여배우의 아름다운 몸매와 미모가 영화의 흥행에 가장 큰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 Cinematográfica Calderón S.A. All Right Reserved.


비단 오늘 소개한 [배트우먼]뿐만이 아니라 1960~70년대 사이 제법 많은 '배트우먼'관련 영화가 알게 모르게 제작되었는데, 이러한 작품들 모두가 DC코믹스의 오리지날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짝퉁영화라는 것도 조금 흥미로운 사실이네요. 아마도 조만간 헐리우드에서 오리지널 배트우먼을 만들어내지 않을까요?

ⓒ Cinematográfica Calderón S.A.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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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코스튬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듭니다... 진짜로... 솔직히...

    2010.10.05 09:48 신고
  2.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여인네가 저리 헐벗어도 미셸 파이퍼의 캣우먼이 훨씬 남심을 사로잡았었지요~ ^^

    2010.10.05 13:39 신고
  3.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페니웨이님의 괴작열전을 즐겨보았지만...
    이번에는 이 영화 심하게 땡기네요 +_+

    2010.10.05 14:11 신고
  4. 시청앞지하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역시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ㅋㅋ

    2010.10.05 14:22 신고
  5. Roomsid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차피 저 당시의 배트맨 자체가 지금 기준으로 괴작이어서.....ㅎㅎ
    (무엇보다 시놉을 읽을 때 이해가 되는 것을 보면 터키산 괴작들 보다는
    아스트랄함이 덜 할 거 같네요 ^^;)

    2010.10.05 16:26 신고
  6. Black Sw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정 자체는 꽤 매력적이네요! 그치만 전 역시 캣우먼 쪽이.......<응?

    2010.10.05 16:57 신고
  7. 냐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허허허!!!~~ 언제나 이 괴작열전 코너는 제인생의 활력소(?) 입니당
    괴작열전 forever!!!!!!!~~~~~

    2010.10.05 20:22 신고
  8.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없는게 없네요...-_-

    2010.10.06 00:36 신고
  9. 미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른 아침 괴작열전의 재미가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게 해주네요. 위에 님들도 그러신것 같은데 저도 이영화는 왠지 심하게 땡기는군요. 피쉬맨도 나름 매력이? ㅎㅎㅎ

    2010.10.06 08:43 신고
  10. 나이트세이버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놉시스는 그럴 듯 한데요? 조악한 분장만 빼면 나름 즐길거리는 될 것 같네요. 무엇보다 헐벗은 여인네의 코스튬이... 쿨럭;; (할 베리의 캣우먼보다 낫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2010.10.06 13:08 신고
  11. INPRES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리 배트걸이 코스츔이 므훗해도 '겟코가면'에겐 못당하네요~^^;
    만약 페니웨이님께서 '겟코가면'을 리뷰한다면,
    만화는 고전, 영화는 괴작에 들어가야 할듯 합니다.

    2010.10.06 15:43 신고
  12. 마장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괴작이지만 .. 고맙네요 .. 응 ? >_< 어디 찾아보면 우리나라 우뢰매에 대한 괴작도 있을까요 ? ㅋ

    2010.10.10 04:59 신고
  13. 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득 캣우먼을 보다가 경악했던 거 생각납니다...그런데 이건 더 하겠네요

    2010.10.12 17:46 신고
  14.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괴작열전을 읽다가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라는 문장이 나오면 흠칫 하면서 긴장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줄거리의 충격은 별로 없는 편이군요.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크
    어찌 보면 '볼거리'로 승부하는 괴작이로군요. ^^;;

    2010.10.19 13: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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