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인기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영화들

페니웨이™ 2010. 8. 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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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설의 영화화는 언제나 좋은 결실을 맺는 건 아니다. 텍스트로 존재하는 책 속에는 글로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의 깊이가 있는 법이고 이를 영상으로 옮긴다는 건 그만큼 관객들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 원작자의 소설을 세 번씩이나 영화화한 감독이 있으니 바로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그는 한 살 터울인 원작자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세 편을 영상으로 옮기며 작가와의 끈끈한 친분만큼이나 밀도높은 원작의 영화화를 이루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주말에는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영화들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





대학생이 된 주인공이 자신의 애창곡인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따라 부르는 옆집 괴짜 청년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 각기 다른 시간대가 퍼즐처럼 짜맞춰지는 구성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플롯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가 대만족을 표시 하면서 요시히로 감독과의 상성이 잘 맞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노다메 칸타빌레]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에이타가 괴짜이자 미스테리한 이웃 청년 가와사키 역으로 등장하며,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페르소나인 하마다 가쿠가 주인공 시이나 역을 맡아 사뭇 진지한 연기를 펼친다. 소설의 섬세한 감정선을 영화상에 잘 녹여내어 원작의 팬들에게도 호평받았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로 실력을 인정받은 요시히로 감독에게 작가인 코타로가 자청해서 영화화를 제안한 작품. 펑크록의 전설적 그룹 섹스 피스톨스가 데뷔하기 전인 1975년에 한 아마추어 록 밴드가 남긴 '피쉬 스토리'라는 노래가 시공을 초월해 사람들의 인연을 엮어가면서 2012년 혜성의 충돌로 인한 종말로부터 지구를 구하게 된다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이색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차분하면서도 퍼즐을 맞춰나가듯 산발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하나로 모아가는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전차남]의 이토 아츠시가 주인공 밴드인 '게키린'의 싱어송 라이터이자 베이시스트로 열연을 펼쳤고, 역시나 단골배우인 하마다 가쿠가 시대별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중요한 배역으로 등장해 확실한 주연급으로 자리잡았다.



아이돌 가수를 강도로부터 구출한 한 택배사원이 옛친구와 낚시를 즐기기 위해 만나러 간 자리에서 총리 암살범으로 몰려 도주하게 되는 상황을 그린 스릴러물. 전형적인 스릴러의 공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영화의 본질은 실상 스릴러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다. 오히려 주인공의 과거와 주변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구원하는 열쇠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인연과 인맥의 질긴 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만드는 따뜻한 드라마에 가깝다. [남극의 셰프]로 순박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보여준 사카이 마사토가 절박한 도망자 역으로 관객과이 감정이입을 시도하며, 하마다 가쿠는 이번에 독특하면서도 귀여운 연쇄살인마로 등장해 주인공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음악이 각 캐릭터간의 유대를 이끄는 방식도 여전한데, 이번에는 제목과 동명의 타이틀곡인 비틀즈의 'Golden Slumbers'가 사용되었다.




지금까지 영화화된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소설은 모두 7편. 그 중에서 3편이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작품이다. 요시히로 감독은 [골든 슬럼버]를 끝으로 원작소설의 영화화는 그만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코타로의 요청으로 '그럼 3년 후쯤 생각해 보자'며 차기작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과연 이 찰떡궁합의 명콤비가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가지고 관객을 찾아갈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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