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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 - 어린이 동화에서 고뇌를 느끼다

페니웨이™ 2010. 5. 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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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Home Video. All rights reserved.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동화책 작가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칼데콧상 수상에 빛나는 모리스 샌닥의 그림동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1964년 출간 당시 기존의 아동 그림동화들과 판이하게 다른 캐릭터 구성과 스토리로 인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수많은 도서관에서 이 책의 수납 및 대출을 보이콧하는가 하면 어린이 문학과 심리학, 교육계의 관계자들은 이 책의 '괴팍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내용의 파격성을 설파하며 비난의 강도를 높혔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그 진가를 인정받기까지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출간 이듬해 칼데콧상을 비롯해 보스턴 글로브-호른 북스 어워드를 수상하고 동시에 미국 도서관 협회의 주목할 만한 도서 선정되면서 이 책은 주요 독자층인 아이들은 물론 도서관 관계자들과 교사들의 이목을 끌게 된다. 출간당시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비평가들 역시 이 책의 이면에 담긴 메시지에 주목하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는데, 결국 샌닥의 이 작품은 이후에 출간된 '깊은 밤 부엌에서', '저 너머에는'과 함께 성장동화 3부작으로 당당히 미국 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성과를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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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인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과격한 기질을 가진 맥스라는 소년이 늑대 옷을 입고 장난을 치다가 엄마한테 야단을 맞고 방에 갇히는데, 그 방안이 갑자기 숲으로 바뀌며 환상적인 세계로 변모한다. 바다를 건너 낯선 땅에 도착한 맥스는 그곳에서 만나게 된 괴물들(사실 이 부분은 Wild things를 무성의하게 번역한 것인데, 원작의 뉘앙스와 내용에 비추어보면 야생동물 내지는 야수라고 번역하는 것이 맞다)의 왕이 되어 축제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따뜻한 엄마의 손길을 그리워 하며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원작 동화가 독특했던 점은 주인공인 맥스가 미국인들이 이상적으로 꿈꾸는 '착한 아이'가 아니라 난폭한 기질을 가진 문제아로 그려졌다는 점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맥스가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가치관을 깨닫기까지의 성장과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 책은 구성면에서도 탁월하다. 이를테면 현실과 판타지의 세계를 아이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여백과 그림의 배치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현실적인 공간은 여백이 많고 그림을 작게 그려놓았지만 맥스의 방안이 환상의 세계로 바뀌어 갈수록 여백이 줄어들고 그림이 페이지를 메우는 식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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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여러차례 동화책 밖의 세상으로 나와 다양한 형태로 컨버전이 시도되었다. 1973년에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이 작품은 1988년에 새로운 음악과 나레이터를 교체한 버전이 다시 공개되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오페라로도 각색되어 각광받았다. 그러던 것이 마침내 실사 영화로도 그 영역을 넓히게 되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하게 될 [괴물들이 사는 나라]다.

원래 이 작품은 1980년대 월트 디즈니 사에서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기법에 CG를 혼합한 방식으로 테스트 필름을 완성한 상태였다. 존 라세터가 참여한 테스트 필름의 결과는 만족스러운 편이었지만 계획이 진척되지 않아 결국 잊혀졌다가 2001년 유니버셜 사가 판권을 구입하면서 다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 졌다. 원래 순수 CG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으로 구상되었던 이 작품은 '어떤 사람'이 감독으로 새롭게 영입되면서 실사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는데, 그 어떤 사람이란 바로 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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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누구보다 비헐리우드식 연출로 정평이 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접근방식이 유니버셜측의 마음에 들지 않게 되자 결국 이 프로젝트는 통째로 워너 브라더스 측에 넘겨지게 된다. (항간에 제작이 엎어지고 판을 새로 짠다는 소문이 돌았던 건 이를 두고 하는 얘기다) 존즈는 본격적인 각본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은 단편적인 동화의 내용을 100분짜리 극영화에 맞게 늘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38페이지에 불과하던 원작의 내용은 무려 111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스크립트로 확장되어 새로운 설정들이 들어가게 되었다.

영화에서는 맥스의 난폭한 성격이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 되는데, 원작에서 맥스가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방안에 틀어박혀있다가 환상속의 세계로 가게 되는 것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다툼끝에 엄마의 어깨를 물어버리고는 집밖으로 뛰쳐나간다. 이른바 '가출'이라는 구체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배를 타고 표류하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들어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훨씬 더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있다. 괴물들은 서로간에 갈등요소를 안고 있으며 맥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메시아와 같은 존재가 되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괴물들의 왕이 된다. 맥스는 갈등을 풀고 이들이 염원했던 꿈을 실현시키고자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한계에 직면하며 무력함을 깨닫는다. 맥스가 괴물들의 나라에서 겪는 일련의 과정은 이른바 성장통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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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한때 논란을 일으켰던 원작의 성격을 반영하듯 전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라고는 할 수 없는, 그렇다고 성인들을 위한 영화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인 작품이다. 오히려 영화의 분위기는 중간중간 어둡고 괴기스러우며 때론 아이들이 공포심을 느낄 만한 부분도 있다. 그렁그렁한 눈빛의 거대한 몬스터들은 보기엔 일면 귀엽고 순진한 구석이 있어도 그들이 위험한 포식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전개 자체도 전형성과는 상당부분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일반적인 가족 영화다운 친철함이나 기승전결이 뚜렷한 플롯을 기대하기엔 무리다. 좀 극단적이라고는 생각할지 몰라도 이 영화는 다분히 컬트적인 색체마저 띈다.

물론 이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의도한 것으로서 이 작품을 '아이들의 영화'가 아닌 '유년기에 대한 영화'로 만들고자 한 것 같다. 그는 맥스 또래의 아이들이 세상과 주변 사람들, 여러 감정들을 알고 싶어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 예측하기 어렵고 통제하기 힘든 아이들의 마음처럼 살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쉽지 않은 것을 괴물들과의 관계에서 발견하는 소년의 성장극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영화이지만 이 작품이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영화인가를 묻는다면 단호하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의 제작에 깊이 관여했던 원작자 모리스 샌닥이 인정했듯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책에 등장한 감정적, 정신적, 시각적인 면모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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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에는 총 1억 달러의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되었는데, 스파이크 존즈는 이 작품이 단지 무늬만 요란한 블록버스터로 비춰지길 원하지 않은 듯 하다. 그는 최근 영화들의 추세처럼 괴물들을 표현함에 있어서 전적으로 CG 캐릭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형탈과 분장을 한 실사 캐릭터를 적절히 혼용함으로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살려냈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은 디지털 영상의 칼같은 가독성 보다는 보다 다분히 필름 그레인한 화면을 보여준다.

(원본사이즈를 보려면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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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는 꽤나 박력이 넘친다. 아역이 주연인 영화치고는 액션씬의 비중이 월등히 많으며 사용된 스코어중 하드락에 가까운 강렬한 음악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때문인지 대사보다는 효과음이나 배경음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인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BD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총 9개. 비록 1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지만 나름 풍부한 서플먼트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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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gglety Pigglety Pop! or There Must Be More 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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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샌닥의 또다른 원작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23분 가량의 단편 영화. 월드 마더 구스 극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말에 경험을 얻으려고 아이의 보모로 취직한 개 제니의 모험을 그렸다. 실패도 경험이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주는 독특한 작품으로, 명배우 메릴 스트립이 제니의 목소리를 담당했다. 본 BD에 수록된 아주 가치있는 서플먼트 영상.

▶ HBO First Look


제법 충실하게 제작된 메이킹 및 코멘터리 영상으로 제임스 겐돌피니나 캐서린 키너 등 더빙에 참여한 배우들이 마치 연극을 하듯 가상의 세트에서 실제 연기와 목소리 더빙을 동시에 수행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 Maurice and Sp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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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First Look에 포함된 내용 중 원작자 모리스 샌닥과와 스파이크 존즈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미사용 영상을 포함해 재편집했다.

▶ Max and Spike

역시 HBO First Look에 포함된 내용 중에서 주연을 맡은 맥스 레코드와 스파이크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미사용 영상을 보강해 재편집했다.

▶ The Records Family

주인공 맥스의 가족들이 참여해 캐스팅 당시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한다.

▶ Carter Burwell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담당한 카터 버웰의 인터뷰 영상

▶ The Absurd Difficulty of Filmming a Dog Running and Barking at the Same Time.

주인공 맥스가 한밤중에 동네 거리를 질주할때 개가 짖는 장면을 찍는 부분만 보여주는 메이킹 필름. 개가 생각처럼 제때 짖어주질 않아 고생하는 스탭들의 모습이 담겼다.

▶ The Big Pr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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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존즈에게 응징(?)을 가하는 스탭들의 복수전 영상

▶ Vampire Attack

안개가 자욱한 숲속에서 뱀파이어로 분장한 스파이크 존즈에게 공격당하는 맥스의 모습을 장난으로 촬영한 초단편 영화.

▶ The Kids Take Over the Picture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는 유달리 많은 아이들이 촬영장에 나와 있었는데, 캐서린 키너의 딸을 비롯해 스탭들의 자녀들이 촬영장을 관람하면서 조언을 해주며 주연인 맥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했다.



안타깝게도 스파이크 존즈에 의해 재탄생한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북미 개봉당시에도 제작비 1억 달러에 못미치는 7700만 달러의 수입에 그치며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국내에서도 1월 중에 개봉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중도에 개봉이 취소되어 이렇게 블루레이로 직행하게 된건 북미에서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연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가족용 판타지 영화라는 기대를 버린다면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색다른 재미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마치 영상에서 텍스트를 읽어나가듯 감성보다는 관객들의 생각에 의존하는 스파이크 존즈의 독특한 연출 방식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지금이 좋은 기회가 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50줄이 채 안되는 짧은 단편으로 이렇게까지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야기를 확장해 나간 스파이크 존즈의 재능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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