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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2012 - 재난영화의 종합선물세트

페니웨이™ 2010. 3. 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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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전 언제나 성서에 나온 홍수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죠. 하지만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내가 지표면 이동이론에 대해 처음으로 접한건 그래험 핸콕의 '신의 지문'을 통해서였습니다 "

- 롤랜드 에머리히, 'Time Out'지와의 인터뷰 중에서







블록버스터에 걸맞는 스케일과 어느정도 납득할 만한 드라마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느쪽을 택하겠는가? 둘 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롤랜드 에머리히의 선택지는 관객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해 왔다. 백악관 파괴씬이 인상적이었던 [인디펜던스 데이]나 외계문명설과 차원이동을 접목시킨 거창한 SF [스타게이트], 그리고 괴물의 '사이즈'에만 집착했던 [고질라]까지 에머리히의 작품들은 언제나 압도적인 비주얼이 스토리의 총체적 부실을 덮어 버리는, 심하게 표현하면 무식하다 싶을만큼 화려한 화면빨에 올인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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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롤랜드 에머리히의 개인적 성향일 뿐 여기서 그의 작품 자체에 대한 호불호를 논할 생각은 없다. 그는 [다크 나이트]로 블록버스터를 아트무비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아바타]로 영화사의 기록을 새로 쓴 제임스 카메론과는 분명히 다른 부류다. 적어도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눈요기만큼은 실컷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상업감독으로 이만큼 자리매김 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작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지속적으로 그에게 대형 프로젝트를 척척 맡기는 걸 보더라도 말이다.

실제로 [2012]은 전형적인 롤랜드 에머리히표 블록버스터다. 스펙터클에 집중한 나머지 세세한 디테일을 과감히 무시해 버리는 내러티브나 평면적인 캐릭터, 그리고 도식적인 결말의 진부함은 여전하다. 내용이 얼마나 단순한가하면 평범한 소설가가 절반쯤 미친 예언자를 만나 인류를 구원할 우주선의 존재를 알아내고 우여곡절끝에 중국의 그 넓은 대륙중에서도 하필 방주가 숨어있는 장소에 불시착해 그길을 지나가던 밀항자 가족을 우연히 만나 방주에 탑승한다는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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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이 놀랄만큼 억지와 우연으로 점철된 스토리를 포장해가는 감독의 승부수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장점은 바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점인데, 확실히 [2012]의 비주얼은 '익스트림 CG'라는 표현이 적절할만큼 사상초유의 스케일을 선보인다. 기존 재난영화의 킬러씬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2012]의 화면가득 넘치는 폭발과 지진, 대륙침몰과 쓰나미로 이어지는 대재앙의 향연은 가히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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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내러티브와 비주얼의 완성도 사이에 불균형을 이루는 극단적인 괴리감은 [2012]의 가장 큰 딜레마이자 논란의 핵심이다. 아마도 [2012]는 시각적 스펙터클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는 관객에게는 더할나위없는 만족감을, 반면 재난영화라면 적어도 [투모로우] 정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관객에게는 큰 실망을 주었을 것이다. 어찌보면 이러한 반응은 에머리히 감독이 애초에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2012]는 후자가 아니라 전자를 위한 영화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2012]가 재난영화의 필수적인 흥행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양한 캐릭터로 즐기는 군상극과 획기적인 시각효과, 인류애와 희생이라는 센티멘탈한 코드까지 [2012]는 재난영화의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다. 문제는 이 모든 요소들을 잘 버무릴 수 있는 솜씨가 에머리히에게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2012]를 감상하길 원하는 분들에게는 자신의 논리적 사고력을 잠시나마 off모드로 돌려놓으시길 권한다. 그렇다면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으로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틸북까지 출시된 DVD에 비해 달랑 디스크 1장만 포함된 허술한 패키지가 아쉽기 그지없다. 여느 일반판처럼 파란 투명 라마케이스에 양면 인쇄된 커버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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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2012] BD의 상품적 가치를 가늠해 보도록 하자. [2012]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한 프레임에 담긴 오브젝트와 정보량이 월등히 많은 작품이다. 따라서 그러한 세세한 디테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풀 HD의 해상도를 지닌 BD야말로 그 위력을 발휘한다. 또한 도심 파괴씬이나 해일씬 등 유난히 비트레이트가 급격히 올라가는 장면이 많아 심한 경우 DVD에서는 깍두기 현상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인데, 역시나 BD의 화면에서는 전혀 그런 현상을 발견할 수 없다.

(원본을 보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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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도 마찬가지다. 영어음성트랙의 경우 5.1 DTS-HD의 환상적인 사운드를 제공하는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폭발음, 철근이 휘어지면서 끊어지는 소리, 뒤에서 앞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 등 음분리도와 공간감, 그리고 우퍼의 울림도 박력 만점이다. 그밖에 영어 외에도 포루투갈어, 타이어, 스페인어 등의 더빙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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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active Mayan Calender-Blu-ray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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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eries of the Mayan Calendar

2012 세계종말론의 모티브가 된 마야력에 대한 설명이 담긴 단편 다큐멘터리. 촐킨(the tzolkin)으로 알려진 260일 주기의 마야 달력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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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ing the End of the World

[2012]의 셀링포인트인 홍수,지진,화산폭발 등 재난장면을 창조해낸 과정이 담긴 메이킹 필름이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주문하에 특수효과 감독인 볼커 엔겔과 CG 시각효과 전문가인 마크 웨이커트의 3박자가 잘 어우러져 탄생한 영화의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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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신없이 무너져내리는 도심 파괴씬에는 신기술이 동원되었다. 영화에 사용된 물리 기반 소프트웨어 장비에는 아주 많은 매개 변수가 내장되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시뮬레이션해 대단히 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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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터리의 끝부분에서 에머리히는 말한다. '어떤 풍경이든 파괴할 방법을 대충 알고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건 다 해봤다. 그래서 또 하라면 절대 사양이다'라고. 아마도 롤랜드 에머리히식 재난영화는 [2012]가 마지막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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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and Emmerich: The Master of the Modern Epic

이 부가영상을 보면 의외로 에머리히에 대한 스탭과 배우들의 신뢰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상상력과 독창성의 대가에요 - 대니 글로버

서스펜스와 엄청난 액션장면의 마스터죠 - 아만다 피트

롤랜드는 굉장합니다. 이목을 집중시키고 매력을 뿜어내는 영화들을 정말 많이 많들었죠 - 치웨텔 에지오포

롤랜드의 제작방식에는 뭔가 특별한게 있어요 - 우디 해럴슨

그는 머릿속에 영화 전체를 담고 있어요. 매 프레임을요 - 해롤드 클로저 (각본가, 제작자,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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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에머리히에 대한 극찬이 규모로 승부하는 그의 영화철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하나 거대한 캔버스에 효과적인 비주얼을 배치하는 상업적 감각만큼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듯.


The End of the World: The Actor's Persp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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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의 다양한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에 관한 감독과 스탭들의 이런 저러한 이야기들. 그 중 흥미로운 대목은 정신나간 예언자 역으로 물망에 오른 배우는 몇 명 없었지만 그중에서 1순위는 역시 우디 해럴슨 이었다는 부분인데 실제로 우디 해럴슨 스스로도 이런 배역을 즐긴다고 실토하는 장면도 나온다.


Science behind the Destruction

2012년 지구멸망설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가영상. 태양 폭발설에서부터 이집트의 홍수 예언설, 극지방 이동설, 고대 마야의 천문학 등 [2012]의 모태가 된 수많은 '가설'을 소개하고 있다. 다소 허황된 점도 있지만 종말론에 대한 흥미위주로 접근해서 보기에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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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eted Scenes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삭제장면들. 모두 열거할 순 없지만 그 중 몇몇 장면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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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슬리 박사가 밀항에 성공한 잭슨 일행을 도우려고 하자, 칼 국방장관이 딴지를 거는 장면. 설전을 주고 받다가 '이젠 대통령 딸까지 꼬시려 하냐'고 빈정대는 칼에게 햄슬리가 분노의 펀치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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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이 유압기에 낀 방해물을 제거하는 수중씬. 여기에선 아들이 떨어뜨린 핸드폰을 발견해 이를 잡으려다 방주의 충돌과 함께 위험에 처하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이 부분은 별도의 엔딩에 포함된 씬이 부분 편집되면서 같이 삭제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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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슬리 박사와 로라에게 아까 있었던 일을 사과하는 장면. 역시나 위에 언급된 햄슬리와 칼의 대립씬이 잘려나가면서 같이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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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nate Ending

또다른 엔딩. 극장판과는 다른 편집으로 완성된 결말로서 블루레이 본연의 의미를 살리는 중요한 부가영상이기도 하다. 일단 영화를 안본 분들은 스포일러가 있으니 이 부분은 건너 뛰시길 바란다.

원래 극장판의 엔딩은 방주에 탑승해 생존한 사람들이 새로운 서력인 1년 1월 27일을 맞이하면서 아프리카에 정착해 새출발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또다른 버전의 엔딩은 가뜩이나 진부하다고 말들이 많았던 극장판에 비해 한 세배쯤은 더 유치한데, 이를테면 '롤랜드 에머리히식 반전은 이런 것이다'는 느낌이랄까. 극중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박사의 아버지와 친구인 재즈 연주자 토니가 버젓이 살아있는 '얼티밋 해피엔딩'이야말로 궁극의 감독판에 어울리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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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음성 코멘터리와 Picture-in-Picture: Roland's Vision이 수록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한글자막은 지원하지 않는다.



[2012]의 재미나 완성도에 대해서는 관객 각자가 평가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집에 설치한 블루레이 시스템의 진수를 만끽하고자 한다면 탁월한 선택이 될 것임을 보증한다. 압도적인 영상과 탁월한 입체음향의 AV적 쾌감은 현 시점에서 레퍼런스급 데몬스트레이션용 타이틀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2012]의 북미 개봉당시 비평가들의 호불호가 팽팽히 맞섰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2012]의 성격을 잘 짚어낸 로저 이버트의 평가를 소개하면서 본 리뷰를 마무리할까 한다. '이 영화는 당신의 티켓값을 충분히 한다. 마스터피스라고 부를만한 작품인가? 아니다. 올해 최고의 걸작인가? 아니다. 하지만, 재난영화 장르의 작품으로서는 잘 만든 영화인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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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2012 -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아만다 피트 외 출연/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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