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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 꿈의 대결인가? 유아적 발상인가?

페니웨이™ 2007. 7. 2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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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 오버 -꿈의 현실화  


2003년 여름, 영화계에 있어서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이 벌어졌다. 공포영화의 양대산맥을 이룬 두 주인공,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살인마 제이슨과 [나이트 메어] 시리즈의 프레디가 한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이 전대미문의 공포영화는 말도안되는 허황된 스토리에다 꿈에서나 가능한 기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R등급의 저예산 공포물로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다. 도전적인 발상이 거둔 수확이었다고나 할까..

ⓒ MMIII New Line Productions. INC. All Rights Reserved.

서로 다른 작품의 두 주인공이 한 영화에서 만난다. 슬래셔 무비팬들의 상상을 현실로 이룬 기획물, [프레디 대 제이슨]


이와같은 성공에 자극을 받은 20세기 폭스사는 드디어 엄청난 모험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바로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이하 AVP)라는 프로젝트였다. 언젠가는 나올 영화였지만 분명 [프레디 대 제이슨]의 성공에 고무된 것만큼은 사실인 듯 하다. 사실 [AVP]가 나오기 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세기 폭스사의 간판 괴물 케릭터인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를 상품화하는 시도는 오래전에 이미 시작되었는데, 1990년 코믹북을 통해 처음 소개되고 이후 여러 포맷에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으로 선보임으로 팬들과 친숙해 졌으나, 스크린으로 옮기려는 시도는 의외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특히 20세기 폭스사에서 [에이리언]의 4번째 작품으로 [AVP]를 시도하려하자, [에이리언] 시리즈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인 시고니 위버가 강력하게 반발해 출연불가 선언을 하여 더욱 난항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디 대 제이슨]의 성공은 난관에 봉착한 이 작품을 끄집어낼 절호의 호재였던 것이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자칫하면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가 될뻔했던 작품 [에이리언 4]


제작이 확정된 [AVP]의 우선과제는 감독의 선정이었다. 영화의 원작 캐릭터를 따왔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베이스는 게임에 기초한 작품이니 만큼, 게임의 영화화를 어느정도 소화해 낼 줄 아는 감독이 필요했다. 그래서 발탁된 감독이 폴 앤더슨이다. 그는 이미 [모탈컴뱃], [레지던트 이블] 등을 연출한 바 있는데, 특히 [레지던트 이블]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성과를 거둔 작품으로서 그가 [AVP]의 연출을 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아쉽게도 폴 앤더슨은 [AVP]를 위해 [레지던트 이블 2]의 연출을 포기해야만 했으나, 울궈먹는 속편의 연출보다는 또다른 작품에 대한 도전에 더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다음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는 바로 주연급 배우의 설정이었다. [프레데터]의 아놀드 슈왈제네거나 [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같은 강력한 카리스마의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할 것인가를 놓고 제작진들은 고심했다. [AVP]라는 다소 B급 스타일의 영화에 과연 스타급 배우를 출연시킬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었겠지만, 애당초 스타급 배우를 기용해서 몸집을 부풀리는 모험을 할 만한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아니었기에 그 계획은 취소됐다.
 
대신 영화의 제목처럼 에이리언과 프레데터가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연임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진행함과 동시에 에이리언 시리즈와 최소한의 연계를 위해 [에이리언 2,3]에서 인조인간 비숍역을 맡은 렌스 헨릭슨을 기용했다. 그 외의 배역은 신인급내지는 무명배우를 케스팅하게 되었는데 이것으로 [AVP]는 [에이리언]이나 [프레데터]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의 이벤트적 성격을 띈 작품임이 분명해졌다. 그럼 이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AVP]는 과연 얼마나 신선한 스토리를 가지고 팬들에게 선보여졌는가?



 

    스토리 소개  


이야기의 배경은 지구. 인류가 아직 문명의 싹을 피우지 못할 무렵의 원시세계.. 이미 지구에는 프레데터 종족이 그들의 문명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피라밋을 세우고 인간에게 있어서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하며 중대한 의식을 치뤘다. 전사로서의 명예를 중시하는 프레데터는 외계 생물중 가장 난폭한 에이리언 종족과의 싸움에서 이긴자만을 전사로서 인정했던 것.

인간은 단지 이러한 전사의 의식에 필요한 에이리언의 숙주일 뿐이었다! 그러나 에이리언의 예상치 못한 번식력을 억제하지 못한 프레데터들은 자폭장치를 가동시켰고, 지구를 지배하던 프레데터 종족과 그들의 적수인 에이리언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시간은 흘러... 대기업 '웨이랜드'는 남극에서의 광물탐사도중 빙하 깊숙한 곳에서 이상한 열원을 감지한다. '웨이랜드'의 회장인 찰스 비숍 웨이랜드(렌스 해릭슨 분)는 그 열원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발굴팀을 조직하여 남극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정체불명의 열원은 지하 깊숙히 봉인된 프레데터 종족의 피라밋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며 이는 지구에 프레데터 일행이 도착할 것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와 같은 것이었다. 비록 과거에 에이리언의 번식을 막지 못해 대부분의 문명이 사라졌으나 남극의 빙하에 숨겨진 피라밋에서는 100년을 주기로 프레데터의 전사의식이 치뤄졌던 것이다.

이제 뜻하지 않게 프레데터의 도착에 맞춰 에이리언의 숙주가 될 운명에 처하게 된 탐험대는 실수로 퀸 에이리언의 동면을 깨우게 되고, 부비트랩이 설치된 피라밋 안에서 한사람씩 에이리언에게 당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이어서 세명으로 구성된 프레데터 전사들이 도착하게 되고,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된다.


 

    흥행에 성공한 전형적인 상업영화  


폭스사의 바램처럼 [AVP]는 주말 3일간 3829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여유있게 정상에 오르는 성공을 거뒀다. 인기스타 없이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네임벨류만으로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분명 이 영화들의 팬들이 그만큼 후속작에 목말라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AVP]가 거둬들인 흥행성적은 [에이리언]이나 [프레데터] 시리즈의 최고 흥행성적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것이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물론 이런 흥행호조가 영화의 작품성까지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평론가들의 평가는 혹독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유치하기 짝이없는데다, 외계인이라는 설정외엔 전혀 공통점이 없는 이 두 케릭터의 기원을 하나로 묶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퍼즐을 끼워맞추는 것과 다를바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에이리언]이나 [프레데터] 모두 영화내에서 그들의 기원이라든지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혀 이뤄진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AVP]의 제작진들은 그점에서 부담없이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영화의 스토리는 헛점투성이다.

또한 이 영화를 접한 많은 이들이 토로했던 아쉬움은 이들 영화의 원작이 공통적으로 지녔던 R등급 수위의 잔혹함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흥행을 고려한 제작사가 등급을 PG-13으로 낮추기 위해 감행한 일종의 모험수였는데, 비록 이것이 더 많은 수익에 일조했음은 분명하나, 작품적인 완성도를 고려할 때에는 마이너스적인 요소였던 것이다. 폴 앤더슨이 그의 전작 [레지던트 이블]이나 [이벤트 호라이즌]에서 보여준 잔혹함이 섞인 스릴을 잘 살린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이같은 결과물은 잔혹함을 즐기지 않는 필자로서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에이리언과 프레데터 사이에 끼어서 죽을 고생을 하는 인간들이 하필이면 대기업에 고용된 모험가, 과학자란 말인가? 적어도 게임에서 그랬듯이 이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인간들은 바로 해병대가 적역이지 않는가 말이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결국 [AVP]는 ' 마징가와 태권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와 같은 유아적 발상에 대한 욕구의 충족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단순한 팝콘무비다. 제작사는 이 작품의 성공에 고무되어 이 두 괴물의 리턴매치를 2007년 개봉목표로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썩 기대되는 상황은 아니다. 분명 다른 작품속에서의 캐릭터들이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큼 충격적이고 설레는 일도 드물다. 그러나 [AVP]는 그런 기대를 저 버리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소재였다. 쉽지는 않았을 터이지만 꼭 이런 얄팍한 상술로 포장된 작품이었어야 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20th Century Fox.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에이리언 4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프레디 대 제이슨(ⓒ MMIII New Line Productions. INC.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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