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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웬만해선 TV 연예방송프로를 보고 글 적는 사람이 아니지만 오늘은 좀 몇글자 적고 싶어졌다. 2009년 11월 9일자로 방영된 '미녀들의 수다 (이하 미수다)'의 H대 대학생 L모양이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을 한 것을 필두로 소위 상식있는 사람들(물론 상식있는 여자분들 포함)이 듣기엔 경악스러울 정도의 남성관과 결혼관을 털어놓아 아침부터 시끄럽다.

어제 미수다 방영에서 직접적인 문제가 되었던 화두 세가지를 요약해보면,


1.키작은 남자는 루저(Loser)다.

2.사랑이 밥먹여주는 건 아니다. (가난한 남자는 싫다)

3.데이트 비용은 남자의 투자비용이 아닌가. (당연히 남자가 내야 한다)



이렇게 요약된다.

사실, 개인의 속내에 어떠하던지 간에, 자신의 이상형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떤 남자에게 이상형을 말하라고 한다면 김태희급 외모에 [내사랑 내곁에]의 하지원 같이 착하고 쿨한 심성을 지녔고, 집안도 빵빵하며 하늘이 무너져도 남편만 바라보는 여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게 인지상정 아니냔 말이다.

이상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존재한다는 건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법이고, '나는 장동건 같은 남자 만나기 전까진 죽어도 시집 안가'라고 말하는 딸내미가 있다면 '내 딸내미가 철이 덜 들었구나' 생각하는게 일반적인 부모의 마음일 거다 (라고 믿고 싶다).

근데 왜 하필 어제의 방송으로 인해 만인이 격분하게 된 것일까? 왜 나조차도 한낱 철없은 여자들의 꿈이라고 치부하며 그냥 털어 버릴 수 없었던 걸까? 문제는 이런 내용의 말들이 일반적인 사석에서 (지들 수준에 맞는) 친구들끼리 쑥덕거릴 얘기였지 소위 전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 공영방송인 KBS에 나와 할 만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KBS. All rights reserved.


최근 방송계는 이런 식의 화제를 가지고 지속적인 남자 루저만들기를 해왔다. 비단 이런 쇼프로뿐만이 아니라 재벌집 2세들이 득실대거나 꽃남들이 즐비한 드라마를 통해 대다수 일반 남성들을 능력없는 루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어제의 방송에서 극도의 짜증을 느꼈던건 이렇게 쌓여온 한국 남성상의 왜곡된 가치관에 대한 피로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대변되는 남녀간의 심리차이는 비단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방송을 통해 비춰지는 남녀간의 차이는 생물학적인 차이에 기반한게 아니라 우열을 논하는 식의 비이성적인 추세로 변질되어 버렸다. 상호존중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남자 바보만들기를 시대적 트렌드화 시키는 방송의 무책임함에 이젠 구역질이 날 정도다. 어제의 미수다는 그런 방송의 극에 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KBS. All rights reserved.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전에, '개인적인 생각으로 키작은 남자보단 키 큰남자를 좋아합니다'라고 표현하는게 소위 대학에서 학문을 쌓는다는 지적 생명체의 상식적인 표현인거다. 출연자의 소양이 모자르다면 그걸 수정해서 방영하는게 방송의 올바른 자세요 기본적인 마인드다. 헌데 문제의 발언자는 '방송대본'대로 말했다며 발뺌하고 있다. 양쪽 다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어느쪽말이 사실일런지는 몰라도 방송국측은 이미 자신들의 입장을 해명했다. 바로가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회 전반에 걸쳐 이러한 천박스런 행태가 당연시되고 솔직한 것으로 여겨진다면 이후의 세대가 얼마나 더 노골적이고 민망스럽고 낯뜨거운 이야기를 방송에서 쏟아낼 것인지 벌써부터 두렵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 자신 역시 키가 큰 편도 아니요,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도 아니지만 어제의 방송은 그런 나를 공격하는 방송이었기 때문에 불쾌했던 것이 아니다. 이토록 척박한 나라에서 키가 크든 작든, 그래도 군말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상당수의 남자들을 키작다는 이유로, 부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루저처럼 몰아가는 방송의 무책임함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남자들을 루저로 만들 것인가. 이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법도 한데 말이다. 가뜩이나 피곤한 세상, 이 이상 남자들을 힘들게 만들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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