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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열전(續篇列傳) 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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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릭 감독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인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속편은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만 원작자인 아서 C. 클락은 1편의 원작소설 집필 당시 3부작을 염두해 두고 있었습니다.[각주:1] 세월이 흘러 클락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원작 집필을 의뢰받아 무려 15년만에 '2010: 오딧세이 2'를 발표합니다. 일설에 의하면 원고료로 무려 8백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소설을 출간하면서 클락은 큐브릭에게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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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C. 클락(왼쪽)과 스탠리 큐브릭(오른쪽)


"당신이 이 작품을 못만들도록 다른 사람들을 막아 주었기 때문에, 나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았소 ㅎㅎ"


MGM측은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 해 줄 것을 큐브릭에게 요청하지만 (당연하게도) 큐브릭은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MGM측은 다른 적임자를 찾아야 했었는데요, 이 때 관심을 나타낸 사람이 피터 하이암스 감독으로 당시 그는 [카프리콘 원]과 [아웃랜드] 등의 이색적인 SF영화의 연출을 맡아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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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a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피터 하이암스의 이색적인 SF영화 [카프리콘 원]. 미국의 아폴로선 달착륙과 관련된 음모론을 우회적으로 다룬 영화다.


하이암스는 자신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라는 세기적 걸작의 속편을 맡는다는 사실에 대해 고무되었지만 한편으로 스탠리 큐브릭과 아서 C. 클락의 축복없이는 절대 이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등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했고, 이러한 하이암스의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은 클락과 옹고집쟁이 큐브릭도 그의 성공적인 연출을 위해 격려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10여년만에 [2010 우주여행]은 순조로운 제작을 시작하게 됩니다.[각주:2]

[2010 우주여행]은 전편에서 HAL-9000의 반란 때문에 조난당한 디스커버리 호와 수수께끼의 물체 모노리스를 조사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플로이드 박사가 소련 탐사선 레오노프 호를 타고 미-소 승무원들과 함께 목성으로 향한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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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tro-Goldwyn-Mayer (MGM)/Warner Home Video. All rights reserved.


다소 철학적이고 모호한 해석을 유도했던 큐브릭의 전편과는 달리 하이암스는 SF영화의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방향으로 연출을 시도합니다. 따라서 영화의 깊이는 떨어질지언정 [2010 우주여행]은 전편보다 재미면에서는 오히려 앞서는, 훨씬 대중적인 취향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0 우주여행]은 1편에서의 주된 의문점 두 가지를 명료하게 해석해준다는 점에서도 꽤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데요, 아기로 돌아간 보우만은 과연 어떻게 된 것인가에 대한 부분과 슈퍼컴퓨터 HAL-9000이 반란을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이 이번 작품을 통해 설명됩니다. 일부 관객들은 [2010 우주여행]의 이같은 친절함으로 인해 관객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모조리 차단시켰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전편의 레전드급 명성을 고려해 볼 때 [2010 우주여행]의 완성도는 속편으로서 충분히 자기 몫을 다한 작품이라고 평가받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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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tro-Goldwyn-Mayer (MGM)/Warner Home Video. All rights reserved.


한편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헤이우드 플로이드 박사 역에는 전편에서 윌리엄 실베스터라는 배우가 맡아 잠깐 등장하지만 이번에는 로이 샤이더가 이 역할을 맡았고, 그 외에도 헬렌 미렌, 존 리스고우 등이 가세해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또한 전작의 주인공인 보우만 역의 케어 둘리아와 HAL의 목소리를 맡은 더글러스 레인이 돌아와 전작과의 연계성을 한층 강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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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tro-Goldwyn-Mayer (MGM)/Warner Home Video. All rights reserved.


결국 [2010 우주여행]은 그해 4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이며 흥행에 성공했으며,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분장상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성공적인 평가를 받은 속편으로 영화사에 자취를 남기게 됩니다. 비록 전작의 명성에 버금가는 작품으로서는 부족한 면이 있으나 항상 평작 수준의 작품만을 선보인 피터 하이암스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아서 C. 클락이 집필한 '스페이스 오딧세이' 4부작 중에서 영화화 된 것은 이렇게 두 편으로 끝났지만 얼마전 톰 행크스가 나머지 두편의 영화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는 이 기나긴 SF 서사극의 바톤을 이어받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탠리 큐브릭과 무척이나 닮은 꼴을 보여주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에게 몰표를...!


P.S:

1.[2010 우주여행]의 부제는 'Year We Make Contact'이지만 사실상 이 작품의 정식 명칭은 [2010]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영화상에서도 오프닝 시퀀스의 타이틀에는 2010 이라고 밖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2.소련과 미국이 힘을 합해 동서화합의 무드가 형성된다는 설정은 정말 놀랄만한 선견지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원작소설에 등장하는 중국측 우주선 '첸'호는 영화속에서 제외되었는데, 이는 영화가 제작될 당시의 세계적 기류가 여전히 냉전시대였음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일까요?

3.[맥가이버]에서 쏜튼 국장으로 친숙한 다나 엘카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4.여성 보이스를 가진 슈퍼컴퓨터 SAL9000의 목소리는 크래딧 상으로 Olga Mallsnerd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유명 여배우 캔디스 버겐입니다.


* [2010 우주여행]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etro-Goldwyn-Mayer (MGM)/Warner Home Video.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 카프리콘 원(ⓒ Artisa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클락-큐브릭 사진( ⓒ University of Atrs London. All rights reserved.)



  1. 그렇지만 결국 소설은 총 4부작으로 완결된다. 2001: A Space Odyssey (1967), 2010: Odyssey Two (1982), 2061: Odyssey Three (1987), 3001: The Final Odyssey (1997) [본문으로]
  2. 큐브릭과 클락, 두 사람은 [2010 우주여행]에서 까메오로도 등장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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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어어... 이런 등수놀이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고는 싶었어요.^^ (무려 1빠...ㅋ)

    로이 샤이더는 참 의외로 여러 장르에 출연했나봅니다. 사실 제가 감독이라면 '유약한 지식인' 캐릭터로

    기용하고싶은 마스크인데, 강인한 남성 캐릭터로 주로 출연했다는 점도 좀 흥미로워요.^^

    2009.10.12 10:37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참 좋아했던 배우입니다. 연기력이나 재능에 비해 전성기가 그리 길지는 않았죠. 물론 7,80년대 꽤나 맹활약하긴 했습니다만 80년대 중반 이후 하향세가 너무 두드러져서 안타까웠던...

      2009.10.12 10:54 신고
  2. 나이트세이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뜬금없지만 전 아서 C. 클락의 소설보다 하인라인과 아시모프의 소설이 더 좋았더랬죠. 클락의 작품들은 어떨 땐 논문을 읽는 느낌을 주기도 해서... 존 리스고우는 몇 년 전 시트콤에서 보고 무쟈게 웃었는데 로이 샤이더도 살아서 특유의 진중한 얼굴로 무게 잡고 시트콤을 찍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3부작을 염두해 두고' →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옹고집장이 큐브릭' → '옹고집쟁이 큐브릭(장이는 직업의 개념이죠)'
    '바톤'은 '바통으로 써야 맞지 않나요...?

    2009.10.12 12:0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확실히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이 더 대중적이긴 합니다만 아서 클락 소설의 깊이를 알게되면 왠만한 SF는 만화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존 리스고우는 최근 [덱스터] 시즌4에서 예의 그 사이코패스같은 악역으로 돌아왔더군요.

      2009.10.13 10:13 신고
  3. 아빠공룡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보니 참 감회가 새롭네요^^

    2009.10.12 12:49 신고
  4. Rain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외의 작품에서 로이 샤이더를 보네요 ㅎㅎㅎ 전 로이 샤이더하면 [죠스]나 형사물 정도 밖엔 생각이 나질 않아서......붉은비님 말처럼 이 양반은 화이트 컬러직 종사자가 딱 어울리는데 필모그래필 보면 별로 그런 배역을 찾기 힘들죠. 물론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도 어울렸지만 말이죠.

    2009.10.12 12:51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로이 샤이더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죠스],[프렌치 커넥션],[마라톤맨],[블루썬더] 정도군요. [워맨]이나 [2010 우주여행]은 후딱 떠오르는 영화가 아니죠^^

      2009.10.13 10:15 신고
  5.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나마 괴작은 면했군요.
    전작이 너무 강렬해서 제작하는데 엄청난 부담이 있을거같아요.
    어렴풋이 본 기억이 있는데 크게 인상깊지는 못했었나봐요.

    2009.10.13 06:51 신고
  6.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웃 속편치고는 흥행이 제법 성공했네요..
    보통 너무 시간을 오래두고 속편이 나오면 완전
    망가지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면에서는 나름
    성공한 속편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09.10.13 10:08 신고
  7.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페이스 오딧세이가...시리즈물이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아직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못본사람 1)

    2009.10.13 12:05 신고
  8.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하기조차 힘들었던 영화였죠. (지금은 어떨런지...) 확실히 재미면에서도 괜찮았고 궁금증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속편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나머지 2편을 카메론이 맡게 된다면 'sf'를 가장한 '로맨스'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2009.10.13 16:53 신고
  9. peounni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0은 우리나라에서도 비디오로 출시한적이 있습니다.
    결혼전에 어떻게 구해가지고 아버지댁에 가면 서랍장 한쪽에 잘 보관되어있습니다.
    결혼전에 어떻게 구했지? ^^;

    페니웨이님 이 영화 다루어 주셔서 너무 좋아요.


    p.s. 2001, 2010, 2061 한글판 소설책, 워너에서 판매한 2001 dvd, 2001 오리지널 사운드 트렉 cd(카랴얀연주), 2010 비디오테잎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소중한 sf재산입니다.

    2009.10.14 09:45 신고
  10.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못봤는데... 어떻게든 봐야겠군요...

    2009.10.14 22:46 신고
  11. guybrush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속편이 있었군요. 페니웨이님의 속편열전에서 참 많은 걸 배웁니다.

    2009.10.16 08:19 신고
  12. 잠본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만 보고는 프로이드 박사가 좀 둔중한 이미지일 거라고 멋대로 생각했는데 무려 로이샤이더라는 걸 알고 좀 뜨악했던 기억이(...이 아저씨야 뭐 나중엔 시퀘스트 DSV 몰고 해저탐험도 나가지만)

    2009.10.16 23:05 신고
  13. okt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참 재밌었죠. 보면서 긴가민가 했었는데 쏜튼 국장이 맞았군요. 그나저나...
    "...사람들을 막아 주었기 때문에, 나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았소 ㅎㅎ"에서, 끝에 "ㅎㅎ"는 아서 클라크 경이 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군요ㅎㅎㅎ

    2009.11.14 22:00 신고
    • okto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서 경과 큐브릭 감독의 까메오 사실을 알고 어제 다시 봤는데(2010도 블루레이가 나왔더군요) 그거였군요. 그 장면 웃겼습니다ㅋㅋㅋ

      2009.11.16 14: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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