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내 스스로가 평균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생각했다. 그저 남들보다 더 잘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외모,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그러다고 부유하지도 않은 삶. 남들이 돈 천만원이 넘어가는 차를 거리낌없이 타고다니거나 아파트 한채에 10억이 훌쩍넘는 집을 사고파는 사람들을 볼 때 저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돈을 모으는 것일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다. 가뭄에 콩나듯 일이 없어 회사를 안나가는 날이면 지하철을 꽉 매운 사복차림의 젊은 사람들을 보며 도대체 저 인간들은 직업이 뭐길래 남들 쌔빠지게 일할 시간에 바깥 세상을 쏘다니는 것일까 의문이 들곤 한다.
그런데 놀랍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인줄 알았는데, 또 있었다. 더욱 놀랍게도 그 사람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는 걸 알고는 다시 한번 놀랐다. ozzyz review 를 운영하는 프리미어지 기자, 허지웅. 내가 블로그스피어에 입문할 때, 트랙백이 뭔지, 리퍼러가 뭔지도 몰랐던 시절, RSS가 블로그를 구독하는 도구라는 걸 알고 한RSS에 내 블로그의 정보를 입력하던 순간에 같은 영화 카테코리의 최상단에 위치한 어떤 블로그를 보며 '도대체 저 사람처럼 많은 구독자를 모을려면 얼마나 걸리는 거야?"하며 바라보았던 것이 허지웅의 블로그였다. 지금 내 블로그는 그보다 두 계단 밑에 랭크되어 있다. 하지만 그 두 계단 사이의 격차는 까마득하다. 여전히 허지웅의 블로그는 건재하며 많은 구독자들을 거느리고 사랑받고 있다. 아마 나는 몇 년이 걸려도 따라잡기 힘들 것 같다.
'대한민국 표류기'는 바로 허지웅이 자신의 블로그에 적어놓은 여러 담론들을 정리해 책으로 펴낸 데뷔작이다. 시니컬하고 때론 직설적인 화법의 엉뚱함이 읽는 사람의 뇌리를 시원하게 만드는 문체가 종이와 활자로 재가공되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모니터를 켜고 블로그를 들여다보는 것과는 또다른 맛을 선사한다. 역시 글은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나야 제맛이라니깐.
책의 전반은 서울로 상경해 고시원 생활을 거쳐 반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겪은 필자 허지웅의 다이나믹한 인생 스토리 - 심지어 이 가운데는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에피소드도 담겨져 있다 -가 펼쳐진다. 특유의 진솔한 화법이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울리고 웃긴다. 후반부에 들어와서는 몇가지 영화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물론 대부분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지만 다시봐도 새롭다. 좋은 글이다.
그러나 개인 블로그의 글들을 취합한 책이기에 다소 두서가 없고 여기저기 정돈이 안된 듯한 느낌도 든다. 특히 '대한민국 표류기'라는 제목과 후반부의 [인크레더블 헐크] 같은 영화평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런지. 그저 지면 채우기를 위한 건 아니었길 바랄뿐이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또 블로그의 참 맛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어디까지나 블로그는 개인의 기록이니 말이다. '대한민국 표류기'는 말하자면 허지웅 블로그의 오프라인 버전인 셈이다. 동시에 블로그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단행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책이기도 하다. 이제 30대에 접어들어 나와 같은 연령대에 진입한 자칭 '소녀 허지웅'이 어떤 에세이를 엮어나갈 것인지, 벌써부터 작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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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님의 블로그가 나온것에 깜놀~
2009/05/14 10:15하지만 페니님도 링크해놨어요... 구글리더지만...
원래 영화 카테고리에 레진님 블로그가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급등장해서 2위에 랭크.. 덕분에 저는 한계단 급강하 ㅠㅠ
2009/05/14 10:16페니웨이님도 언제 블로그 포스트 모아서 책 한 번......
2009/05/14 11:10시리즈로 해서 '괴작열전' '고전열전' 이렇게 하는 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 포스트를 보니까 갑자기 생각나서요 ㅋ)
아직 멀었어요~ ^^ 책만든다는게 어디 쉬운일인가요^^
2009/05/14 22:09허지웅씨 블로그 감칠맛 나는 블로그죠^^
2009/05/14 11:55저도 허지웅씨 구독자 중에 한명입니다.. ㅎㅎ 그런데 무비조이는 한RSS 구독자가 13명 음하하하하...
웃을 일이 아닌데 ㅡ,ㅡ ㅋㅋㅋ
영화 메타블로그 구축해놓으니 좋네요^^ 이제 일일이 찾아 다니지 않아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블로그 글들이 올라오면 한곳에서 쭈욱 찾아서 들어올 수 있어서 잘 구축했단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 메타블로그 종종 이용해야겠어요~
2009/05/14 22:10허지웅씨의 잘난척하지 않으면서 은근 잘난척하는 문체를 좋아합니다. ㅋㅋ
2009/05/14 12:47페니웨이님도 괴작열전 잘 기획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온라인 영화 사이트랑 제휴를 해서 괴작열전 책을 팔고, 책 산 사람은 사이트에서 괴작을 볼 수 있게 한다던지 ㅋㅋㅋㅋㅋㅋ
좋은 출판사 있으면 소개좀 ~ ^^
2009/05/14 22:10블로그의 글 만으로 책을 낸다니 새로운 세상이네요.
2009/05/14 15:22정말 페니웨이님도 가능하실 것 같은데요. ^^
'책은 전반은' 오타 있네요.
이렇게 오타를 많이내서 어떻게 책을 쓰나효 ㅠㅠ
2009/05/14 22:10페니웨이님의 괴작열전은 책 나오면 정말 바로 사고 싶습니다^^
2009/05/14 15:54괴작열전 출판계획은 없나요?
계획만 있고 실체는 없습니다 ㅡㅡ;;
2009/05/14 22:11이분 지큐시절 부턴가 블로그를 구독하기 시작해서 요즘도 가끔 찾는데 이렇게 구독자가 많은 블로거인줄은 몰랐네요. 책까지 나올줄은...
2009/05/14 17:24페니웨이님은 지금도 몇몇 테마는 당장 책으로 나와도 되지 않을까 하는데..ㅎ 나온다면 제가 두권 사겠습니당~
벌써 김칫국부터 마시는 기분~ ^^
2009/05/14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