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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특집 #3 : 엑스맨 2 - 마이너리티를 대변하는 성공적인 속편

페니웨이™ 2009. 4. 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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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특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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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은 1편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이미 속편을 염두해 둔 작품이었다. 제작자들은 [엑스맨]이 007 시리즈 같은 프랜차이즈가 되길 희망했는데, '엑스맨' 원작의 역사와 무궁무진한 캐릭터의 숫자를 헤아려 볼때 이같은 희망은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엑스맨] 1편이 예상 밖의 메가톤급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일부 관객들은 이 작품에서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러한 느낌은 이듬해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이 개봉되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엑스맨]은 풍부한 드라마와 지적인 흥분 요소가 잘 스며든 작품이었지만 결정적으로 슈퍼히어로물의 장르적 특징 중 하나인 스팩터클이 빈약했던 것이다.

따라서 브라이언 싱어의 다음 목표는 전편을 뛰어넘는 스팩터클과 보다 입체화 된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전작의 리뷰에서도 설명했듯이 애당초 싱어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제작비를 핑계삼은 폭스사의 간부들에 의해 거절당했다. 아직 흥행성을 검증받지 못한 시절의 싱어로서는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야 비로서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싱어가 생각한 [엑스맨 2]의 모토는 이른바 '창조적 부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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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팬들의 높아진 욕구에 못지 않게 연출을 맡은 싱어의 욕심 또한 커졌다. 그는 [엑스맨 2]를 위해 보다 많은 시간[각주:1]과 충분한 제작비를 확보했다. 1편의 주역인 싱어와 제작자 톰 드산토가 목표로 삼은 2편의 위상은 [스타워즈 Ep. 5: 제국의 역습]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브라이언 싱어는 2편을 준비하면서 스탠 리의 정통 코믹스가 아닌 크리스 클레어몬트의 그래픽 노블, 'God Loves, Man Kills (신은 사랑하고, 인간은 죽인다)'을 원작으로 선택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작품의 악당이 슈퍼파워를 지닌 뮤턴트가 아니라 보통 인간을 등장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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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엑스맨 2]의 토대가 된 그래픽 노블, 'God Loves, Man Kills'



따라서 [엑스맨] 1편이 돌연변이들의 생존권을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메그니토와 공존과 평화를 모색하는 제이비어 교수의 대립을 다룬것에 반해 2편은 돌연변이를 멸절시키려는 인간 대 돌연변이들의 연합이라는 주제로 바뀌었다. 이로인해 선악의 캐릭터는 전편에 비해 모호해졌지만 소외받는 소수자들의 인권이라는 테마의 연속성은 한층 강화되었다.


"내 캐릭터들이 완전무결한 슈퍼히어로들과 다른 것은 항상 믿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웅일 수도 있고 선할 수도 있고 또 훌륭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각자의 문제와 불완전함을 갖고 있는 것이다."

- 2000 8월. 씨네21 : 스탠 리와의 인터뷰


 

[엑스맨 2]에서 캐릭터의 확대는 필연적인 요소였다. 나이트 크롤러, 레이디 데스스트라이크, 아이스맨, 파이로, 주블리, 클로소스 등 [엑스맨]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새로운 캐릭터가 합류했다. 싱어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이 합류하면서 자칫 플롯이 산만하다못해 꼬여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러한 우려를 덜어내기 위해 싱어는 전편의 97분에서 약 20분 가량 러닝타임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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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더 나은 속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촬영이 진행될 수록 [엑스맨 2]를 이끌어가는 싱어의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촬영장에서 스탭과 배우들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내는가 하면 발군의 호흡을 맞춰온 톰 드산토와의 관계도 악화 일로에 놓일만큼 사이가 험악해졌다. 싱어의 히스테리를 참다 못한 스탭과 배우들의 불만이 메스컴에 하나 둘씩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심지어 할리 베리가 싱어에게 내지른 한마디의 욕설이 보도되면서 싱어는 촬영기간 내내 메스컴의 질타에 시달려야 했다.

다행스러운 일은 브라이언 싱어가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이다. 그는 기자회견 중에 '[엑스맨 2]는 내 생애 처음으로 내맘대로 만든 작품'이라고 평가할 만큼 완성된 결과에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잡음이 심했던 제작과정의 마지막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흥행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급판정에서 무려 'R등급'을 받게 된 것이다. 원인은 울버린과 레이디 데스스트라이크가 벌이는 클라이막스의 대결씬에서 손등의 칼날로 서로를 찌르고 할퀴는 액션장면들이 섬뜩한 느낌을 준다는 이유에서 였다. 결국 싱어가 몇장면을 추가로 삭제하고 나서야  PG-13 등급을 받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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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많은 난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엑스맨 2]는 여러면에서 전작을 능가하는 작품이었다. 이미 주요 등장인물의 배경설명을 1편에서 완성한 탓에 이를 기초로 한 유머와 캐릭터의 활용은 싱어의 노련한 연출에 의해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했다. [엑스맨 2]를 '철저한 오락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싱어의 말처럼 전편에서 부족하다 싶었던 액션과 볼거리가 대폭 강화되었고, 관객들에게 지적인 유희를 안겨주었던 전편의 주제의식도 여전히 유효하다. 블록버스터라는 외피를 둘렀음에도 돌연변이가 느끼는 소외감과 내면의 어둠에 초점을 맞춘 싱어의 영민함은 이번 작품에서 절정을 이뤘다.

전편의 숨은 공신이었던 미스틱 역의 레베카 로민은 드디어 그녀의 생얼을 드러내며 자신의 또다른 매력을 발산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새롭게 등장한 데스스트라이크 역의 켈리 후 역시 휴 잭맨과 맞짱을 뜨는 중간급 보스의 역할로서 [엑스맨 2]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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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힘의 균형에 있어 절대적인 열세에 놓은 엑스맨 연합의 반대편에 선 인물로서 유일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던 데스스트라이크. 이 역할을 켈리 후는 차갑고도 이지적인 느낌의 데스스트라이크를 훌륭히 소화해내며 [엑스맨 2]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캐릭터로 자신을 각인시켰다.
 

[엑스맨 2]는 평단의 호평에 못지 않게 흥행에 있어서도 대박을 터트렸다. 오프닝 주말 수익만 무려 8500만 달러를 기록한 이번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4억 7백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기록하며 전작을 훌쩍 뛰어넘는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3편을 위한 노골적인 암시로 끝맺는 [엑스맨 2]의 뜨긋 미지근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만족스럽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었다. [엑스맨 2]는 분명히 성공적인 속편이었으며, 이제 관객들은 브라이언 싱어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3편의 안정적인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3편의 제작은 팬들의 바램처럼 순조롭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 계속 -




* [엑스맨 2]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arvel Enterprises/ 20th Century Fox.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사진: X-men: God Loves, Man Kills  (ⓒ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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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편의 경우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대타로 선택되는 바람에 오히려 6개월의 촬영 기간을 단축시켜야 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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